[재계브리핑] ‘LG트윈스 우승’ 구광모 회장은 무엇을 느꼈을까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LG그룹의 오너 일가는 야구 광팬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LG트윈스에 대한 애정은 남달리 각별했습니다. 그는 축배를 들 소주와 MVP에게 줄 시계를 미리 사놓고 우승을 간절히 기다리던 낭만이 가득한 구단주였습니다.
그러나 구 선대회장의 애틋한 기다림은 LG트윈스가 1994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매년 중하위권에 머무는 시즌이 길어지면서 비가 올 때까지 계속되는 인디언 기우제 같은 마음가짐이 됐습니다.
올해 LG트윈스는 29년 만에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1995년 구 선대회장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약하며 준비한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를 개봉하고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채울 주인공을 탄생시킬 여건이 드디어 마련됐습니다.
마지막 우승 당시 태어난 아기가 서른 살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지긋지긋한 우승 징크스를 날려버릴 기회가 마침내 찾아온 것입니다.
LG그룹도 들뜬 분위기입니다. KBO 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최연소 구단주인 구광모 회장은 다음 달 초중순 열리는 한국시리즈 참석을 위해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트윈스 팬들은 구단주가 2018년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구단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야구장을 찾는 모습을 가을야구 현장에서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총수의 발걸음에는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구 선대회장이 마지막 우승 이후 16년 동안이나 지켜보지 못했던 한을 구 회장이 구단주를 맡은 지 5년 만에 풀어줄 수 있을지 야구팬들은 물론 재계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LG트윈스가 29년 동안 간직해온 우승 염원을 이루게 되면 단순히 30년 가까이 정상에 서지 못한 화병을 해소하는 성취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룹의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님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G트윈스를 운영하는 LG스포츠는 지난해 108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올해는 우승을 명분으로 다양한 사업 수입을 통해 흑자 회복이 기대됩니다.
LG트윈스의 우승은 구 회장의 취임 5주년 축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업계에서 구 회장의 경영 시그니처로 평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호의적인 평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하게 철수한 지 불과 2년 만인 올해 1분기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저력을 보인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구 선대회장은 야구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전에 회고하곤 했습니다. 그룹 경영 전략에 접목시킬 방안을 야구를 통해 구상했다는 것입니다.
가풍에 따라 야구를 즐겨본 것으로 알려진 구 회장은 LG트윈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보며 무엇을 학습했을까요. ‘성실히 최선을 다하면 결국 좋은 날은 오고야 만다’는 평범한 삶의 교훈을 새삼 깨닫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낄까요. 선택과 집중을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최종 우승 깃발을 들 경우, 그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어떤 것을 투자해야겠다고 다짐할까요. 이 대목에선 고 구자경 명예회장과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물려준 가치인 고객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영구결번인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이 2500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운 은퇴 시즌까지 결국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는 씁쓸함을 묵묵히 견뎌내고, 1994년의 좋은 기억을 2023년에도 대물림해온 팬들이 있었기에 LG트윈스의 발자취는 비로소 유산이 됐기 때문입니다.
LG트윈스 입장에선 길고 긴 29년이었습니다. 기쁨에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MLB 뉴욕양키스의 영구결번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은 재계에도 적용됩니다. LG트윈스보다 LG그룹의 역사가 더 깁니다. 취임 5년 만에 LG트윈스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귀한 경험을 쌓은 구 회장이 내놓을 LG그룹 미래 경영전략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