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사고 예방에 긴장 또 긴장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에쓰오일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샤힌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안전사고 예방과 제반 여건 확보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에쓰오일은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와 샤힌 프로젝트의 ‘중대재해 제로(0)’ 달성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발주자 에쓰오일과 공단 외에도 시공사인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디엘이앤씨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울산 지역 초대형 플랜트 계획인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의 중대재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효율적 안전보건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과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을 투자, 2026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최대 복합 석유화학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지난 3월 기공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한-사우디 경제협력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2018년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1단계 시설을 포함하면 샤힌 프로젝트 관련 총 투자 규모는 약 14조원에 달한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아람코에서 7800억원을 빌렸으며 정책자금 형태로 1조원 규모의 은행 저금리 시설 대출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시설로는 연간 에틸렌 생산량 180만톤(t) 규모의 스팀 크래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LPG, 나프타)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 관련 설비가 들어선다. 완공 후에는 에쓰오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석유화학 비중이 기존 12%에서 25%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에쓰오일 입장에서는 지역·국가경제의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투자 규모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 효과를 고려해서도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시공 등 과정에서 사고에 따른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은 과거에도 안전사고 관련 문제로 수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어 민감한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울산공장 폭발·화재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원·하청 직원 9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으며, 2014년 4월 원유(약 13만8000배럴) 누출 사고, 2017년 4월 크레인이 넘어지며 폭발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고, 2018년 9월 하청업체 직원 추락 사망 사고 등으로 안전관리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받아 왔다.
건설 현장의 인력 확보 어려움도 문제로 꼽힌다. 샤힌 프로젝트는 현재 토목공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중 본격적인 플랜트 설비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사에 필요한 인력 규모는 하루 최대 1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필수적인데 2007년부터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된 플랜트 공사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본 공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까지는 샤힌 프로젝트의 주차장·야적장 등에 필요한 대규모 부지 확보가 산업집적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었으나 지난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 장관회의에서 관련 규제 개선안이 처리되면서 겨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또한 에쓰오일은 폴리머 안정제·코팅제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송원산업의 인수 예비후보자에 선정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인수 절차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석유화학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송원산업 인수를 검토했지만 중점 사업을 위한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발을 뺐다는 것이다.
한편 에쓰오일은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샤힌 프로젝트 진행률이 부지정지공사 31.4%, EPC(설계·조달·시공) 13.9%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