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구원투수’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전청약
기약 없는 본청약 일정에 사업취소까지…수요자‧공급자 모두 외면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하수 기자]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무주택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사전청약제도가 수요자(청약자)와 공급자(건설사)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사전청약 추정분양가와 본청약 예정분양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이탈자가 늘어나고, 건설사도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사업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사전청약 제도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사전청약제도는 주택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해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다. 공공·민간 단지가 사전청약 공고를 내면 짧게는 1년, 길면 2~3년 후 본청약을 시행한 후 2~3년 후에 입주하는 구조다.
지난 2021년 7월 1차 공공 사전청약에서 인천 계양신도시 공공분양주택 특공 경쟁률이 최고 240 대 1에 달할 정도로 수요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분양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일부 사전청약 단지들이 본청약 일정을 연기하는 사태가 대거 발생했다.
지난 2021년 첫 사전청약을 진행한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단지는 이미 본청약이 예정보다 1년가량 미뤄졌으며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에서 분양된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도 예상보다 1년~1년 6개월가량 지연됐다.
본 청약 지연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는 기간 동안 원자잿값 상승분과 인건비 인상분 등이 분양가에 반영되면서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본청약이 이뤄진 ‘인천 검단신도시 AB20-2블록(‘중흥S-클래스 에듀파크)의 확정분양가는 전용면적 84㎡ A타입 최고가 기준 4억9800만원이었다. 이는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보다 약 10% 상승한 가격이다.
기약 없는 입주시기와 높아진 분양가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이탈도 대거 발생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사전청약 실시·결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공아파트 사전청약을 실시한 주택가구는 총 4만4352가구로, 이중 지난해 말 본청약을 신청한 경우는 2819명(6.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청약을 마친 단지가 사업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지난 19일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에서 추진 중이던 ‘가정 우미린’ 아파트 사업을 포기했다. 인·허가절차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부동산시장 여건이 악화하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단지는 지난 2022년 4월 전체 308가구 중 278가구에 대해 사전청약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3월 본청약을 받고, 2025년 11월 입주 예정이었다.
민간 사전청약 중에서 사업 자체가 취소된 건 이번이 최초 사례다. 건설업계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듯 ‘사전청약 무용론’이 거세지면서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사전청약 시행 당시 정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인허가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고 토지만 확보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청약을 진행하다보니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결국 정부의 무리한 공급실적 목표가 부작용을 불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분양가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착공 시점 등을 규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