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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음주 시인해도 법 적용할 수 없어

2024-07-17     나혜리 기자
영상=제주동부경찰서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나혜리 기자] 퇴근 시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에서 무면허 역주행 운전으로 차량 4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음에도 혈중 알콜 수치가 검출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받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40대 운전자 A씨가 "사고 발생 5∼6시간 전인 점심때 소주 4∼5잔을 마셨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당초 A씨는 1차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당시 A씨는 사고 후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하기 전 차량을 버리고 인근 수풀 속으로 달아나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사건 발생 약 13시간40분 만에 신고에 의해 긴급체포된 A씨의 혈액에서는 알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곧장 채혈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여기서도 음주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이번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수치와 함께 진행한 약물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밝히며 "현행법상 피의자가 음주를 시인했어도,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39분께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쏘나타 승용차량을 몰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후 파손된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또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간선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한때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그는 두 번째 사고를 내고 하차한 후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차량을 놔둔 채 인근 수풀 속으로 달아났다.

이후 다음날인 11일 오전 8시20분께 사고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으며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고, 아침에 눈 떠보니 풀숲에 누워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