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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문석 '커지는 불법도박 시장…사회 전체가 관심 갖고 근절 힘써야'

"온라인 불법도박 확산 빨라…청소년 이어 군인들까지 노려" "사이버도박 중독자 35%가 청소년…일부 초등학생도" "의심계좌 동결·사이트 신속 차단 위한 방안 등 제안"

2024-07-29     박준영 기자
방문석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도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돼 날아가는 불법도박업자들을 뛰어가며 잡아야 하는 형국이 됐지만, 미래세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실태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또 부처 간의 벽을 허물고 국회가 입법화에 관심을 갖는 등 우리 사회 전체가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방문석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도박극복프로젝트특위 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로 국립재활의료원장, 국립교통재활병원장 등을 역임하며 재활의학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지난 2월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방 위원장은 국내 도박 중독 상황에 대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한국갤럽을 통해 2022년 실시한 조사(1만5000명 샘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성인 인구 가운데 약 237만명이 도박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의 5.5% 수준이다. 또한 국내 도박 시장 규모는 128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103조는 불법도박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는 합법 도박 시장의 4배 수준이다.

방 위원장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확산하고 있는 온라인 불법도박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박을 게임으로 인식하는 청소년과 함께 휴대전화 소지가 가능해진 군대 내 병사들의 도박 중독 사례가 점점 늘어가는 까닭이다.

방 위원장은 특위가 구성된 뒤 치료와 재활로 도박 중독을 극복한 경험자 등 13명의 위원과 함께 도박중독 치유 방안 등을 마련해 왔다. 불법도박 이용 의심 계좌 동결 및 가상계좌 관리 강화, 불법도박 사이트 신속 차단을 위한 전담 소위 구성, 전자(서면) 심의 도입,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임시 차단 요구권 도입 등이다.

방 위원장은 “도박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특위 제안 중 부처에서 즉시 실행 가능한 제안은 바로 시행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최대한 빠르게 입법이 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문석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

▶ 국내 도박 중독 상황은 어떠한가?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하다. 2022년 기준 국내 도박 시장은 128조원 규모에 이른다. 합법 도박 시장은 25조원에 불과하지만, 불법도박 시장은 이보다 4배 많은 103조원 규모다. 도박 중독자들도 237만명에 이른다. 도박을 하게 되면 일상에서 맛보기 어려운 강렬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돈도 잃고 인간관계까지 단절되는 상황에 놓이지만, 쾌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 도박 중독자들은 또다시 도박에 나선다. 도박 중독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고, 개인을 넘어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로까지 연쇄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도박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단속이 어렵지만 접근하기가 쉬운 온라인 불법도박은 미래 청소년 세대까지 위협하고 있다."

▶ 도박이 청소년 세대까지 위협하고 있다면, 중독에 이르는 청소년은 어느 정도 되나?

"2년 전 예방치유원에서 발표한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선 위험집단 비율이 4.8%(위험군 3.9%·문제군 0.9%)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는 검거자 2925명 가운데 1035명(35.4%)이 청소년이었다. 대부분은 16세에서 19세 미만(학교 밖 청소년 34명 포함해 798명)이었지만, 초등학생도 2명이나 검거되기도 하는 등 점점 더 도박에 중독되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 청소년들이 도박 중독에 이르게 되는 경로는?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다단계회사와 같이 다른 친구를 끌어들이고, 빚을 진다. 하루아침에 2억원의 빚을 진 청소년도 있었다. 문제는 빚을 갚는 과정에서 여러 불법적인 행위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친구들에게 돈을 뺏기도 하고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만들어 빚을 갚기도 했다. 이런 행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범죄 조직까지 자생적으로 생기고 있다. 성숙하지 않은 뇌는 도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자라는 과정에 도파민에 중독되는 경우와 정상적인 성인이 돼 도박 중독에 빠진 경우는 다르다. 온라인 불법도박을 게임처럼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도박 중독인 것이다."

▶ 새롭게 추가된 도박 중독 유형이 있다면 무엇인가?

"군대 내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불법도박 문제다. 이전과 달리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게 됐고, 급여도 늘었다. 불법도박 업자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리스크가 큰 위험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온라인 불법도박, 단속이 쉽지 않을 듯 싶은데.

"대게 온라인도박 서버는 외국에 있다. 도박을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고, 외화벌이 수단으로 보는 곳이다. 도메인도 여러 개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하지만 불법도박으로부터 미래세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선 의심 계좌 지급 정지나 전자(서면) 심의, 임시차단요구권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최대한 빠르게 입법화 할 수 있도록 국회가 협조해 줘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온라인 도박 문제를 뿌리 뽑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적어도 자금이 불법도박 업자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

방문석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

▶ 통신의 발달 등으로 도박에 더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된 것 같다. 국가적·제도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통합위에 도박극복프로젝트 특위가 구성된 것도 급성장하는 불법도박 시장에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도박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한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에 특위는 불법도박 자금과 사이트 등 공급원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예방교육과 치유 등을 통한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두고 청소년 세대 등이 도박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특위가 내놓은 정책 제안은 어떤 것이 있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만 적용됐던 계좌 지급 정지 조치를 불법도박 의심 계좌에도 적용하도록 했다. 불법도박에 악용되는 은행 가상계좌에 대한 관리 강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청소년이 도박 이용 의심 계좌에 돈을 보낼 경우 부모 등에게 통보하는 방안도 내놨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도박 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불법도박 사이트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담 소위를 구성하고, 서면 심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보통신사업자가 임시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고, 군인 도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점을 고려해 입대 전 병역판정검사나 군 복무 중 실태조사를 통해 위험군을 선별한 뒤 치유·회복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 불법도박, 근절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인간의 욕망을 100% 차단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위험성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해 불법도박에 관심 갖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이를 위해선 ‘예방-치유·회복-재범 방지’에 이르는 단계별 예방 체계를 마련하고 전문 예방 교육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학생과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 그리고 군인들에 대한 예방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도박중독 대응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불법도박 환수 자금을 통해 도박중독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

▶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대한 불법도박 광고 대응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검색 알고리즘 등의 영향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온라인 도박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불법도박 사이트를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도박중독 상담사나 치료 기관에 계신 분들은 지금 속도로는 불법도박업자들을 내쫓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날아가는 불법도박업자들을 뛰어가며 잡아야 하는 형국이 됐지만, 미래세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실태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또 부처 간의 벽을 허물고 국회가 입법화에 관심을 갖는 등 우리 사회 전체가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방문석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장. 사진=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