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대응하는 자세'...삼성SDI 투자 지속, LG엔솔·SK온 속도 조절
배터리 3사, 투자 전략 차별화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소미 기자]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에 대처하는 배터리 3사의 대응에 차이가 보인다. 이참에 시장 장악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냐, 아니면 잠시 쉬어갈 것이냐의 갈림길이다.
30일 삼성SDI는 헝가리 법인 증설과 미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JV) 1공장 건설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력 우위의 지위를 선점하겠단 계획이다.
이날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투자 계획에는 큰 변동이 없다"며 "상반기 기준 이미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다. 지난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퍼센트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올해 세액 공제 예상 수혜 규모도 45∼50GWh(기가와트시)에서 30∼35GWh로 낮췄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3공장도 중단한 바 있다. 시장의 수요 둔화와 고객사 물량 변동, 미국 대선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존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앞서 애리조나 ESS용 LFP 배터리 공장 건설도 일시 중단했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까지 2026년 양극재 생산 목표를 28만톤으로 계획했으나 2분기 들어 20만톤으로 대폭 감축했다. 2028년 47만톤 목표는 아예 삭제했다.
소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도 양극재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했다. 오는 2026년까지 생산 능력을 연초 계획 대비 약 5만톤 줄어든 39만5000톤으로 감축했다. 엘앤에프의 경우 양극재 연간 생산능력을 40만톤까지 확대하는 목표 시점을 기존 2026년에서 2027~2028년으로 늦췄다.
SK온 역시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미국 켄터키주 합작 2공장 양산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뤘다.
줄어드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6만2593대로 2022년보다 1.1% 하락했다. 특히 지난 5월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5만15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7%나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역시 전기차 판매 성장이 저조하다. 올 1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6만8909대로, 전체 신차 판매의 7.3%에 불과하다. 전년 말 대비 15.2%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조정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도 변수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IRA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과 모듈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철회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는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 3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2분기 195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보조금 4478억원을 제외하면 252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로는 IRA 보조금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IRA가 아예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지원 규모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다각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양극재, 음극재 모두 생산 캐파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 판매량은 감축되는 추세"라면서 "원자재 다변화를 통한 원가 절감과 북미, 유럽 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중저가 전기차용 LFP 및 코발트프리(NMX)·하이엔드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한다. 또 전고체 전지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며 전고체 전지 상용화 준비를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양한 고객사들과 LFP 및 고전압 미드니켈(Mid-Ni) 등 보급형 제품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46시리즈도 다양한 OEM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 다각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