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테크인사이츠 한국지사장 'AI 거품론 기우...내년 메모리 시장 좋을 것'
내년 D램 매출 66% 성장 전망 2013년 한국지사 설립해 진출 부품 및 기술구조 분석에 강점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언한 기자] "인공지능(AI) 거품론이요? 기업이 AI 투자를 멈췄을 때 생길 리스크를 생각해보세요."
전상윤 테크인사이츠 한국지사장은 설계, 재료 등 반도체의 여러 방면을 아우르는 전문가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무선주파수(RF) 엔지니어로 10년을 근무했다. 이후 ST에릭슨, 머크 등을 거쳐 한국바스프 전자재료사업부에 몸담은 뒤 올해 1월 테크인사이츠에 합류했다.
전 지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이 AI 투자를 중단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면서 "AI 거품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AI 거품론은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는 빅테크들의 수익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AI 가속기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신제품 생산 지연과 AI 거품론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 5일 최저 90.69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해 지난 15일 122.86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 지사장은 "AI 효과로 적어도 내년까지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좋을 것으로 본다"며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D램 매출은 1620억달러로 올해보다 66% 성장할 전망이다. 전체 출하량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HBM과 같은 AI 반도체가 매출 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내년 세계 낸드플래시 매출은 1030억달러로 올해보다 34%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 지사장은 AI 거품론 속에서도 관련 반도체 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후발주자가 기술력으로 엔비디아를 쫓아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다만 AI 반도체에서 브로드컴에 좀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AI용 ASIC(주문형반도체) 1위 기업이다. 빅테크 기업은 엔비디아의 범용 AI 가속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주로 브로드컴과 협력한다.
이 회사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AI 가속기를 설계한 뒤 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생산을 맡겨 공급한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ASIC 시장은 내년 500억달러 규모에서 2028년 800억달러로 60% 성장할 전망이다.
테크인사이츠는 1989년 설립된 시장조사업체로 캐나다 오타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자제품을 해체해 부품 및 기술구조 등을 분석하는 '티어다운(Tear down·해체)'으로 유명하다. 한국에는 2013년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지사는 아시아 시장의 유일한 '헤드 오피스'로 중요 거점이다.
전 지사장은 "마케팅 애널리스트는 약 100명,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 분야에서만 200명가량의 애널리스트를 보유했다"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엔드마켓 분야에도 경쟁력을 갖췄지만 티어다운만큼은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테크인사이츠는 2021년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VLSI리서치를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스마트폰 시장조사업체로 유명한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를 인수하면서 엔드마켓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티어다운 분야는 경쟁 업체를 찾을 수 없다고 자부한다. 전 지사장은 "테크인사이츠는 티어다운을 위한 구매팀까지 따로 갖추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전자제품을 입수하는 노하우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인사이츠는 지난해 중국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여러 종에 SK하이닉스의 최신 D램과 낸드플래시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가 어떻게 한국의 최신 메모리반도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 지사장은 "한국의 최신 반도체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화웨이의 모든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한 뒤 일일이 뜯어볼 수는 없다"면서 "그래서 티어다운을 하기 전 어떤 정보를 얼마만큼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