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첫날 '잠잠'...가을 이사철 전세난민 발생 우려
"미리 받아 놓자" 이미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9조 증가 대출규모 감소 예상 속 무주택자 실수요자 '대출 난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손희연 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에 나섰고, 은행들은 대출 한도와 만기를 줄이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대출 문을 걸어 잠궜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첫 날 은행권은 잠잠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대출 한도 등의 고객 문의만 다소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은 '대출 절벽'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2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됐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p) 대신 1.2%p로 상향 적용한다.
DSR는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로 규제되고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에 이미 0.35%p(1단계)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여했고, 이달부터 0.75%포인트p, 내년부터는 1.5%p(3단계)의 금리를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한도와 만기를 줄이면서 대출 관리에 나섰다.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는 대출 중단을 시행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3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주담대 대상자 조건을 기존 세대 합산 기준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한다. 현재 50년(만 34세 이하)인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은 30년으로 줄어든다.
우리은행은 유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주담대 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데는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함이 크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이다. 이는 7월 말보다 9조6259억원 늘어난 규모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도 568조6616억원으로, 8조9115억원 증가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은행권의 대출 한도·만기 제한 등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이 6000만원인 차주가 은행권에서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4.0% 가정)로 1일부터 수도권 주담대를 받을 경우,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에 따라 한도는 3억6400만원으로 5500만원가량 줄어든다.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전 한도는 4억원이다. 비수도권의 경우는 주담대를 3억8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3500만원가량 축소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가을 이사철을 앞둔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은 대출 규제에 따라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에 전·월세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인데 전세 매물은 줄고, 전세가격은 오른 가운데 전세 만기를 앞두고 있거나 전셋집을 구하는 실수요자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전셋집 유지나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며 "대출 억제책이 전세 난민을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첫 날 은행권은 예상보다 잠잠한 분위기라는 게 은행업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앞서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제도가 이달로 한 차례 미뤄지면서 지난달 이미 대출 문의 고객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인 지난달까지 대출을 받기 위한 문의나 대출을 실제 실행하기 위한 상담들이 많이 있었던 걸로 안다"며 "이날은 대출 한도와 만기 등만 문의하기 위한 상담들이 있는 걸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출 수요가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금융권 대출 규모가 줄어든다고 해도, 2금융권 대출 수요를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2금융권 점검에 돌입한다. 상호금융권과 보험업권의 가계대출 증감과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