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이자 수익 '웃지 못하는 은행들'...예대금리차 확대 싸늘한 눈총
예적금 금리 인하·대출금리 인상 '역주행' 이복현 "예대금리차 격차 확대 우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위해서는 필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손희연 기자]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지만 대출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고 있어 향후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의 예대금리차 격차가 클 경우 그만큼 이자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에 수익성 부문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격차 확대에 대해 우려감을 내비치고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만큼, 은행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 인하를 잇달아 진행했다.
KB국민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부터 거치식예금 9종과 적금 등 적립식예금 13종 등 22종 수신상품의 금리를 상품 및 기간 구간별로 0.10~0.25%포인트(p) 인하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수신상품의 기본금리를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거치식 예금 14종을 0.05~0.15%p 인하하고, 적립식 예금 17종은 0.05~0.30%p 내리기로 했다. 예외적으로 '신한 ISA정기예금'은 오는 16일부터, '한 달부터 적금'은 오는 29일부터 인하된 금리가 적용된다. 주요 정기예금의 실제 고객에게 우대 적용되는 '대고객 적용금리'는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정기 예·적금 상품 11종의 기본 금리를 0.05%~0.25%p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3일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12개월) 기본 이율을 연 2.2%에서 2.0%로 0.2%p 내렸다. NH농협은행은 주요 예금 상품을 0.25~0.55%p 인하했다. SC제일은행도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0.3~0.8%p 내렸다.
반면 대출금리는 인상에 나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23%로 전월(4.08%)보다 0.15%포인트(p) 높아졌다. 8월(+0.02%p)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다.
가계대출 가운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51%에서 3.74%로 0.23%p나 올랐다. 역시 2개월 연속 오름세일 뿐 아니라 2022년 9월(+0.44%p)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신용대출(5.87%) 역시 0.22%p 올라 4개월 만에 반등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이달 1일 기준 4.16~5.86%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1일(3.88%~5.88%)과 비교하면 최대 0.28%p나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도 연 4.090∼5.754%로, 지난달 11일 대비 (연 3.990∼5.780%)보다 하단이 0.100%p 높아졌다.
최근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격차를 더 벌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는 최근 2달 연속 확대됐다.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신규 취급 기준으로 7월 0.434%p에서 8월 0.57%p로 0.136%p 커졌다. 이어 9월에는 0.734%p로 0.164%p 더 확대됐다. 두 달간 증가폭은 0.3%p에 이른다.
은행의 예대금리차 격차에 대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우려감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은행 예대금리차는 연초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맞춰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것인데, 이자장사 비판은 과도한 지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은 공감하지만,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방법이 우선이다"며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심사 강화 등의 다양한 방안도 있다. 다만 가계대출을 단기간 내에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대출금리 인상이 우선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