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주요 쟁점과 해결 과제는?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소미 기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는 단순한 착륙 실패가 아닌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힌 대참사였다. 활주로 설계 결함, 조류 충돌 위험, 기체 결함 가능성 등 다양한 쟁점이 사고 원인으로 떠오르며 항공 안전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번 사고를 둘러싼 주요 쟁점과 해결 과제를 살펴본다.
첫째, 활주로 끝 구조물의 안전성 논란이다. 사고기의 동체 착륙 이후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 형태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했고, 이어 외벽과 부딪히며 기체가 심각하게 파손됐다. 방위각 시설은 항공기의 방향을 계기판으로 알려주는 장치로, 일반적으로 금속 소재로 제작돼 충격에 쉽게 부러지거나 접히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무안공항에서는 흙 위에 콘크리트를 얹은 형태로 설계돼 있었다. 영국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이 구조물이 없었다면 사고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여수, 청주 등 다른 공항에도 유사 시설이 설치돼 있다고 밝혀 설계 기준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 랜딩기어 작동 불능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다. 전문가들은 조류가 엔진에 충돌하면서 전자 시스템과 유압펌프가 멈췄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랜딩기어는 수동으로도 작동할 수 있지만 당시 조종사가 이를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이 연동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무안공항이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조류 충돌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입지 선정 단계에서 철새 도래지와의 연관성을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비상 착륙 과정에서 조종사와 관제탑 간 협력 부족이다. 조종사가 착륙 전 항공유를 비우거나 활주로 표면에 거품을 살포해 화재를 줄이는 조치를 요청하지 않은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하지만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낸 뒤 동체착륙까지 시간이 매우 짧아 이러한 절차를 수행할 여유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조종사와 관제 시스템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한 훈련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넷째, 사고기의 기체 결함 가능성이다. 사고기인 B737-800은 약 15년 된 기령으로, 노후화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비 불량이나 설계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당시 에어브레이크와 역추진 장치 등 추가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사고 기체를 포함해 국내에서 운용 중인 B737-800 기종 101대에 대해 전수 점검을 하고 있다.
다섯째,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블랙박스 분석이다. 사고기에서 회수된 블랙박스(FDR·CVR)는 일부가 파손된 상태로, 데이터 복구와 분석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항공기 제조사 보잉, 엔진 제작사 CFMI와 협력해 데이터를 복구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블랙박스 결과는 사고의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활주로 설계 기준, 조류 충돌 방지 대책, 비상 대응 체계 등 항공 안전 전반의 문제를 드러냈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항공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함께, 항공 안전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