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일일 DJ로 풀어낸 것들
LP 아날로그 사운드 '공감' 끌어내
2014-02-08 글·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엠펍에서는 지난 해 5월부터 'The Music Strikes Back'이라는 제목으로 일일DJ로 대중문화 각계 인사들을 초대해 그들이 선곡을 하는 라디오 쇼를 진행 중이다. 주최 측이 이런 기획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영등포에서 오픈해 여의도로 넘어오면서 직장인 손님이 늘면서 보통의 술집과 다름없는 분위기가 돼버려 음악을 감상하는 분위기를 되찾기 위해서란다. 처음 음악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후 사회 각계의 관계자들과 접촉을 넓히자는 의미에서 음악인 외에 다양한 사람들이 DJ로 나서게 됐다. 그래서 그동안 뮤지션부터 영화감독, 만화가, 음악평론가, 방송PD, 음악담당기자, 잡지 편집장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엠펍 일일 DJ를 맡았다.
당시 음악다방에는 선물을 들고 기웃거리던 소녀들이 참 많았다. 믿기 힘들겠지만 당시 DJ의 인기는 연예인 못지않았다. 그 시절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음악다방 DJ에 대한 환상을 한번 쯤 꿈꾸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레코드판이 빽빽한 음악다방의 뮤직 박스 앞에는 사연과 함께 듣고 싶은 신청 곡 쪽지가 경쟁하듯 쌓였다. 큰 도끼 빗을 뒷주머니에 꽂고 장발을 뒤로 넘기던 DJ는 LP판을 찾아 전축의 턴테이블을 돌리며 속삭이듯 노래와 사연을 느끼하게 소개했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LP도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로 이사철 버리기 1순위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사라졌다. 청소년들의 호주머니를 유혹했던 길보드 리어카도 중년세대들의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에서만 흐릿하게 존재할 뿐이다.
2000년대에 들어 디지털 음악파일에 밀려 CD조차 퇴출 일보 직전인 요즘. LP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가왕 조용필, 지드래곤, 브라운아이드소울은 신보를 LP로 발매했고 고 유재하의 유일한 독집도 돈 멕클린의 '빈세트'를 커버한 미공개음원을 추가한 180G 중량반 LP로 재 발매되어 화제다. LP열풍은 추억을 되살려주는 향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음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따뜻한 느낌의 질감을 잊지 못해서가 아닐까! "판은 돌아가야 제 맛"이듯 LP는 버튼 하나로 듣는 MP3파일과는 하늘과 땅 차이의 음폭과 질감을 재현해주고 무엇보다 경쟁하듯 버려져 희귀해졌기에 수집 붐까지 일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최근의 복고문화 열풍은 차가운 디지털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의 반증이다. 소위 아날로그 문화로 지칭되는 그 문화는 차가운 디지털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의 발현이고 어쩌면 요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독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겨울 매서운 한파가 우리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지만 진공관 전축에다 따뜻한 가요 LP음반 한 장을 구워볼 수 있는 LP바에서 따뜻한 와인이나 시원한 맥주 한 잔 걸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