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맛집(117)] 토속적이며 수준 있는 한식 '별미'
■ 포천 맛집
2014-02-17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젊은 세대들은 포천을 갈 일이 별로 없다. 산정호수보다 더 좋은 위락 시설이 많이 생겼으니 굳이 교통편이 불편한 포천을 갈 일이 없다. 의정부를 넘어서 포천, 연천, 철원 지역은 그저 '군사분계선에 가까운 산이 많은 지역' 정도로 생각한다. 포천에 가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국립수목원에 가는 이들이다. 국립수목원 주소는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이다. '포천수목원'이라 해야 옳을 터인데 많은 이들이 여전히 '광릉수목원'이라고 한다.
'욕쟁이할머니집'은 이런 면에서 참 '고마운' 집이다. 이 집은 꾸준히 '시래기전문점'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백반집'이다. 백반은 '대단한 반찬이 없는 밥상'이다. 백반은 '흰밥'을 주는 집이 아니라 그저 집에서 편하게 먹는 장(된장, 간장, 고추장 등)과 지(漬, 김치류 등)를 반찬으로 내놓고 밥과 국 한 그릇 주는 집이다. 이 집의 경우 '시래기'를 특화시켰다.
'욕쟁이할머니집'을 수준급 밥집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시래기도 좋지만 '백반의 수수한 반찬'인 각종 나물을 이용한 평범한 반찬들이 좋기 때문이다. 콩나물, 도라지무침, 고춧잎나물, 김치 등이 맛깔스럽다. 흔히 "음식은 장맛"이라고 하는데 이 말에 걸맞게 장맛이 좋다. 두부와 불고기 정도가 '별도의 추가 반찬'으로 제공된다. 두부도 아주 좋다.
가게 입구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정류장 이름이 '욕쟁이할머니집'이다. 누구나 쳐다보고 깔깔거리며 웃기 마련이다.
'물꼬방'은 유기농, 친환경 식단으로 알려진 집이다. 청국장 등 각종 장류와 신선한 채소 등을 내세운다. '욕쟁이할머니집'과는 달리 이른바 '한정식(韓定式)' 방식으로 운영한다. 몇몇 요리가 나오고 마지막에 밥과 반찬 류가 놓이는 식이다.
'욕쟁이할머니집'이 '백반'이면서 시래기를 강조해서 '시래기전문점'을 표방했다면 '파주골순두부'는 백반이면서 순두부를 내세운 경우다. 음식도 수준급이고 두부에 대한 주인의 진정성도 돋보이는 집이다. 부드러운 예전의 두부를 내놓는다. 맛집 방송 초기에 방송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진 집이다. 두부와 어울리는 무채 등 몇몇 밑반찬을 내놓고 두부, 된장찌개 등을 곁들인다. 의뭉하게 끓인 순두부가 아주 좋다. 가게에서 식사한 다음 모두부를 사가는 손님들도 많다.
'미미향'은 "반드시 사전 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 탕수육"으로 널리 알려진 집이다. 음식 마니아들 사이에 "포천에 탕수육 잘 하는 집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비교적 심심한 맛의 탕수육이 권할 만하다.
탕수육(糖水肉)은 당초육(糖醋肉)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즉, 탕수육은 단맛과 신맛이 고기와 어우러져서 만들어낸다. 예전에는 엿이 단맛을 내고 좋은 식초로 신맛을 냈다. 단맛, 신맛이 고기와 어우러지고 더하여 표면은 파삭하고 속은 고기의 촉촉한 맛이 살아 있는 것이 좋은 탕수육이다. 질이 떨어지는 식초나 '깡통 파인애플'을 사용하면 숨을 들이쉴 때 기도가 막히는, 강한 느낌의 달고 신맛이 난다.
'미미향'의 탕수육은 단맛과 신맛이 모두 연한 것이다. 특히 신맛은 아주 약하다.
포천 이동은 막걸리와 갈비로 널리 유명했다. 다만 지나친 인공 감미료 사용 등으로 이제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갈빗살에 갈빗살 아닌 부분을 접착하고 막걸리에 지나친 감미료를 넣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