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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해체 겸허히…' 청장 발언에 해경들 폭발

내부망에 "지휘부 쳐다보는 내가 부끄럽다" "무책임한 처신" 글 잇따라

2014-05-21     한미애 기자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20일 '해경 해체에 대한 국민과 대통령의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힌 후 일선 해경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일선 해양경찰관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조직이 없어진다는데 지도부 대응이 영 떨떠름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한 후 해경 내부망 게시판에는 갑작스런 결정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거나 조직의 앞날을 걱정하는 내용의 글이 주로 올라왔다. 그런데 김석균 해경청장이 20일 "해경 해체에 대한 국민과 대통령의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히자 지도부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일선 해경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선 해경은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조직 미래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무책임한 처신"이라며 김 청장을 비판하고 있다.

한 해경은 "해양경찰 61년사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순직한 우리의 선배님, 동료는 어디에 묻어 두었는지요. 눈물은 없어진 지 오래고 지휘부를 쳐다보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해경은 "지휘부는 1만여 명의 해양경찰과 그 가족들, 해경을 거쳐간 선배와 가족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다"고 밝혔다.

아내가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적은 해경도 있었다. 글에는 "저는 남편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원망한 적은 있습니다. 셋째 임신 때 배가 아파서 병원 가는 길, 남편은 휴무인데도 사고가 있어서 미안해하며 급하게 출동했습니다. 어린 아이 둘과 해경전용 부둣가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상황이 이해가 가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빠의 부재가 30일을 넘기고 곧 40일이 돼 갑니다. 자기 일에 있어서는 감정조차 드러낼 수 없는 참으로 불쌍한 경찰이지만 그래도 내 남편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양경찰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 청장은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내부망 게시판에 올려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모든 책임은 내게 있고 현장이 수습되는 대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직원 여러분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게재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도 해경 해체를 우려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대국민담화 직후 전남 진도군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해경을 해체한다는 말은 정부의 실종자 구조 원칙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해체 소식에 해경은 동요하고 수색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