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몰카 설치해 병원 협박했더니…
병원 7곳 협박해 5억 뜯은 일당 붙잡혀
'무자격 수술이 관행이라니' 네티즌 충격
2015-05-23 김정균기자
서울 서초경찰서는 의사자격증이 없는 이가 수술하는 장면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병원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공동공갈 등)로 허모(33)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허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경기 병원 7곳의 수술실에 몰카를 설치했다.
의료기기 납품업체 영업 사원 출신인 이들은 척추 수술 때 간호조무사 등 무자격자가 집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병원 구조에도 밝았다. 불법수술 장면을 찍은 동영상으로 병원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게 이들의 목적이었다.
일당은 새벽에 병원에 몰래 숨어 들어가 수술실 입구에 몰카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수술실 입구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입구 비밀번호를 캐낸 뒤엔 심야나 새벽에 수술실에 들어가 몰카를 설치했다.
이들의 계획은 성공했다. 불법수술 장면을 찍었다며 병원 7곳을 협박해 6곳으로부터 5억원을 뜯어낸 것이다. 그러나 한 병원이 금품 요구를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허씨 일당에게 돈을 건넨 병원은 병원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돈을 줬다고 해명하거나 아예 경찰 조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허씨 일당에게 돈을 준 병원이 불법 의료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수술실에 몰카를 설치해 돈을 뜯어낸 일당보다 무자격자에게 수술칼을 쥐어 준 병원이 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몰카로 돈 뜯어낸 X들도 나쁘지만 무자격으로 수술한 의사가 더 나쁘다" " 의사도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처벌이 아니라 상을 줘야겠는데요" "포상금을 자체 수령한 거임?" "척추를 무자격자가 수술하다니…. 얼마나 이런 병원이 많으면 몰카 설치하는 인간들이 나올까" "수술을 무자격자가 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니, 이게 훨씬 더 충격이다. 이번만큼은 범인들이 밉다는 생각이 그렇게 안 드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자격자를 수술에 동원하는 사례가 많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에는 경남에서 의사가 잡아야 할 수술 칼을 간호조무사와 의료기 판매업체 직원에게 맡겨 무려 1,100여건의 불법수술을 시행한 종합병원이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문제의 병원은 간호조무사에게 골절수술과 맹장수술을,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에게는 관절수술과 척추수술을 맡겼다. 무자격자들이 수술을 하다 보니 의료사고가 속출했다. 왼발이 아픈데 오른발을 수술 받는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