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원장의 스마트 한의학] 팔강-표리·음양·허실
2013-06-21
한의학 서적 중 가장 오래된 황제내경(黃帝內經)은 한의학 이론을 주로 담았고, 그 이론을 음양오행 쪽에 맞춰 발전시킨 게 난경(難經)이다. 난경은 81항목에 걸쳐 한의학 생리ㆍ병리ㆍ진단ㆍ침구학을 서술했다. 또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은 365종에 이르는 한약재의 성질과, 주로 치료하는 질병의 범위 등을 기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관성 있는 온전한 한의학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들이 갖고 한의학 이론을 한데 모은 상한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질병을 온전히 진단하고 오늘날과 같이 침ㆍ뜸ㆍ한약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한의학 시스템인 변증시치(辨證施治)를 최초로 갖추게 되었다. 변증이란 병이 어디에 있는지, 정기가 허한지 실한지, 병의 속성인 한열이 어느 정도인지,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 지로 질병을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시치(施治)란 변증에 근거해 침, 뜸, 한약, 도인안교 등의 치료 방법을 확정짓는 것을 말한다.
상한론은 주로 내경의 열병학설(열이 나는 질병을 주로 연구한 학설)을 발전시켜 그 발열의 원인이 상한(傷寒)때문이라고 했다. 찬 기운에 몸이 상해서 열이 나게 된다는 뜻이다. 비 맞고 운동을 하거나, 추울 때 오래 동안 야외활동을 했을 때 한사(寒邪:찬 기운)가 우리 몸의 피부로부터 침입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증상과 치료 방법 등을 자세히 기술한 책이다.
상한(傷寒)병은 쉽게 말하면 감기나 독감으로 보면 된다. 물론 전염성 질환도 포함된다. 초기에는 감기 증상 같은 표(表)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면역력 약화로 질병이 더 진행돼 한사(寒邪)가 리(裏)에 다다르면 땀이 비 오듯 하고, 설사가 그치지 않으며, 출혈이 그치지 않거나, 밥 먹은 것이 삭지 않고 그대로 나오는 하리청곡(下利淸穀)에 이르러 생사의 갈림길에 닿게 된다.
표리(表裏)는 질병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관건이 되는 중요한 지표다. 상한론과 온병학은 대표적으로 표리변증을 기본으로 하는 한의학 이론이다. 음양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음양이 균형을 잃으면 허실이 되고 그 결과 표리(表裏)에 한열(寒熱)이 나타난다.
팔강의 경우 하나의 요인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허증은 음허(陰虛)와 양허(陽虛)로, 실증은 음성(陰盛)과 양성(陽盛)으로 나뉜다. 음이 허한 음허가 되면 물질이 부족해지고 양만 항진돼 양의 특성상 위쪽으로 뜨거나 사방으로 퍼지게 된다. 그 결과 열이 상부나 피부 표면에만 발생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음허화왕(陰虛火旺)이 된다. 이 열들은 연료인 물질이 부족해 일시적으로 타는 불꽃이므로 쉬 사그라들 수 있지만, 이 때 음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망음(亡陰)에 이르게 된다.
망음이란 고열이 오래 진행되거나 땀을 과다하게 흘렸거나, 과다하게 출혈이 생겼거나, 구토나 설사를 장시간 했을 때 진액등 음이 과도하게 소모되면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이다. 갈증으로 물을 찾고, 땀이 그치지 않고, 고열이 안 떨어지고, 탈진이 되는 현상이다.
기운을 너무 오랫동안 많이 써서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인 양허가 오래 지속되면 망양(亡陽)이 된다. 망양이란 체온이 싸늘하게 식어가며 식은 땀이 나고, 뜨거운 것만 찾게 된다. 망양ㆍ망음 둘 다 위급증으로, 음ㆍ양 뿐만 아니라 양ㆍ음 또한 쇠약해진다. 치료법은 음양 모두를 다 보(補)하는 회양구음(回陽求陰)이다. 양을 회복시키고 음을 구한다는 뜻이다.
허실(虛實)은 정기(正氣)와 사기(邪氣)의 성쇠를 나타낸다. 허는 정기가 부족하거나 장부의 기능이 감퇴된 것이고, 실은 사기가 항성하거나, 장부기능이 항진된 것을 말한다. 허증(虛證)은 나이가 들어 기력이 저하되었거나, 과로, 출산과다, 큰 병을 오래 앓았을 때, 과다출혈, 스트레스 과다 등으로 발생된다. 기허, 양허, 혈허, 음허증이 있으며 허약한 것을 증상에 따라 보(補)하면 된다.
실증(實證)은 막힌 것으로, 인체를 순환하는 기운이 막힌 기체(氣滯), 혈이 막힌 어혈(瘀血), 음식물이 소화 안 되고 막힌 식적(食積), 가래 같은 것으로 막힌 담음(痰飮), 배출 안 된 대변 때문에 생긴 변비 등이 모두 실증에 해당된다. 치료는 막고 있는 것을 찾아내 밖으로 배출시켜주거나 응어리를 풀어주면 된다.
팔강변증은 현재까지 내려오는 한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진단도구로, 한가지로만 동떨어져 있지 않기에 8가지 대강이 얽힌 상황을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참고로 팔강변증만으로 완벽한 변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이후 기혈진액변증, 장부변증, 경락변증, 육경변증, 위기영혈변증, 삼초변증, 육음변증등 무수히 많은 한의학 변증이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의학은 더욱 풍성하게 발전했으며,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사상의학이 나오면서 인체에서 일어나는 질병을 더욱 촘촘하게 스크린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