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회장이 '삼성 부동산 쇼핑’에 계속 나서는 까닭은
삼성 계열사 사옥 두 곳 손에 넣어…수익성+상징성 ‘두 토끼’ 잡아
매년 임대수익만 수백억원 달해…"사업성 있다면 꾸준히 건물 살 것"
2016-08-23 이정우 기자
올해 1월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재계에선 부영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수익성 뿐만 아니라 삼성이라는 상징성도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임대사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만큼 이제 돈 보다는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더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최근 실시된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매각을 위한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자에 선정되면서 삼성 계열사 사옥 두 곳을 손에 넣게 됐다. 아직 양해각서(MOU) 체결은 하지 않은 상태다. 인수가격을 얼마나 써 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은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3㎡ 규모이며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연결돼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사옥이 최근 도심 내 오피스빌딩 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4000억원대에서 매각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부영의 삼성 계열사 사옥의 잇단 매입 배경에 대해 재계에서는 수익성과 상징성 ‘두 토끼’ 잡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학과)는 “임대수익 뿐 아니라 재계 1위인 삼성그룹 계열사 건물을 매입함으로써 부영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도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과)는 “‘부영이 또 삼성 사옥을 사려고 하더라’고 하는 선전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이) 지리적 잇점이 있는데다 직접적으로 임대 수익성을 염두해 뒀겠지만 4000억원이면 강남에도 건물을 충분히 살 수 있는데 굳이 매입을 하려는 것을 보면 삼성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임대목적으로 매입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사업성이 있다면 꾸준히 건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영이 올해 매입한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은 9월1일 부영 간판을 단다. 삼성생명이 떠난 자리에 들어올 임차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영은 건물 내장 등을 철거하고 임대를 위한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별도로 점검팀을 꾸려 건물 내부를 체크하고 있다.
부영은 앞서 지난 1월8일 삼성생명과 태평로 사옥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 가격은 5750억원 수준이다. 부영은 이날 계약금 10%인 575억원을 삼성생명에 지급했다. 부영은 4월29일 중도금 10%인 575억원을 납부한데 이어 이달말까지 잔금 46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은 지하 5층~지상 25층 규모로 총 면적은 약 8만7000㎡다. 이 건물은 1984년 준공된 후 30여 년간 삼성생명 본사로 사용됐다.
부영의 ‘부동산 쇼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수십년간 임대업을 통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부영이 저금리가 지속되는데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잉여현금을 활용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마당에 빌딩 매입은 임대수익과 함께 시세차익을 노릴 수는 구미가 당기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의 2015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1조5637억원, 영업이익은 3297억원, 임대수익은 55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