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요모조모] <15> 한국 조선업계 효자 선종 'LNG선'
2020-12-30 신지하 기자
한국은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60% 이상을 수주하며 중국을 제치고 5개월 연속 글로벌 수주 1위를 차지했습니다. 11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했는데, 한국이 전체의 60%인 99만CGT(24척)를 수주했습니다. 이어 중국 60만CGT(24척, 37%), 베트남 5만CGT(8척, 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은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고 선박 발주가 위축되면서 수주 가뭄에 시달렸지만 연말 연이어 수주 낭보를 전하며 실적을 빠르게 개선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목표 달성률은 각각 91%, 65%, 75%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여러 악조건속에서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들 업체의 막판 수주 랠리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선은 총 53척으로 국내 조선 3사의 점유율은 73%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수요 증가에 따른 선박 발주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LNG선은 천연으로 생산되는 비석유계인 LNG를 운반하는 선박입니다. LNG의 주성분은 메탄(비등점 -162도)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액화된 메탄의 부피는 기체상태 부피의 600분의 1, 비중은 0.46입니다. 고압과 극저온 상태에서는 일반 금속의 취성(깨어지는 성질)이 크게 증가, 이를 피하기 위해 LNG선 화물창은 특별한 강철로 제작돼야 하며, 저온 유지를 위한 냉동장치와 보온설비가 필요해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선종으로 꼽힙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미국 선급인 ABS로부터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저압 엔진용 LNG 재액화 시스템인 '엑스-렐리'에 대한 상세 설계 인증(DDA)를 획득했습니다. 재액화는 LNG선의 화물창 내에서 발생하는 LNG 증발가스(BOG)를 다시 액화시켜 화물창에 저장시킴으로써 화물량을 손실 없이 보존하는 기술입니다. 최근 선사들은 LNG 수급의 계절적 가격 변동을 고려한 장기 정박 또는 저속 운항 등 다양한 운항 조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재액화 시스템 적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도 자체 개발한 LNG선 핵심 기술인 화물창 설계기술을 세계적 선급회사로부터 승인받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독자 개발한 LNG 화물창인 '하이멕스'에 대한 '설계승인'을 받았습니다. 설계승인은 해당 기술의 기본 설계에 대한 인증인 '기본 승인'보다 높은 단계입니다. 하이멕스는 이중 방벽구조의 차세대 멤브레인형(선박일체형) LNG 화물창 설계 기술로, 주름 형상 설계 공법을 적용해 상온에서 극저온까지 큰 폭의 온도 변화와 운항 중 화물창 내 LNG가 흔들릴 때 발생하는 충격인 슬로싱 현상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합니다.
클락슨리서치는 지난 9월 말 발표한 '클락슨 포캐스트 클럽'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100척의 LNG선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주춤했으나, 대형 LNG 프로젝트의 발주 움직임이 재개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국내 조선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