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럴 때 풍산개 분양 적절한가?
2021-09-02 이영호 기자
대통령이 소개한 풍산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곰이’라는 녀석이다. 문 대통령은 “석 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7마리가 튼튼하게 자랐다”고 소개했다.
본래 키우던 풍산개 ‘마루’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선물 받은 ‘곰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얘기였다.
그는 또 “많은 분이 보내주신 의견에 따라 이름을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도 희망하는 지자체들이 있다면 두 마리씩 분양 하겠다”고 했다. 사진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사각 판자로 만든 가지화단 난간에 걸터앉아 풍산개 강아지들과 망중한을 즐기는 것이다.
또 다른 사진은 7마리의 복스러운 강아지들이 가지화단 그늘아래 조용히 앉아 촬영자를 지켜보는 것이다.
다른 사진은 강아지들에 둘러싸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영부인을 문대통령이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사진이다.
누가 보아도 곰실곰실 귀엽게 자란 강아지들이 복스럽다. 고단한 여일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
대통령도 일과에서 벗어나면 평범한 모시저고리를 입고 산다는 걸 보여줬다. 영부인도 마당에 털썩 주저앉아 강아지와 논다는 것을 가감 없이 내보였다.
보는 이의 마음이 훈훈할 만하다. 더욱이 문 대통령을 좋아하는 ‘문파’라면 더없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진일 게다.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이 1000만에 이른다. 대통령의 펫 사랑 이미지를 심기에도 충분하다. 이런 차원에서 청와대는 강아지 분양소식을 전했을 게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다.
오늘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확진자가 2000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죽을 지경이다. 상당수의 식당이 파리를 날리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지 않으니 일반 자영업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한 구석 녹녹하게 돌아가는 곳이 없다. 마스크를 쓰고 눈치를 살피며 사는 것도 힘겹다.
여기에 전국 간호사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당국과 협의 끝에 파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료인들의 고통이 극한치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온통 비닐 옷을 뒤집어쓰고 그 무덥던 폭염을 넘겼다. 땀과 습기에 불어터진 안타까운 손 사진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청년실업문제도 심각하다. 그들은 이 땅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일일이 이유를 들 필요도 없을 만큼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국론은 분열로 치닫고 있다. 언론법 개정을 둘러싸고 연일 국회가 난리다. 유엔조차 관련법 개정에 우려를 표하는 마당이라 더욱 시끄럽다.
이런 와중에 풍산개 분양은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조용하게 분양을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면 나눠주면 된다. 그것을 소문내며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청와대의 대처가 미흡해 보인다.
물론 대통령은 늘 일만하는 모습만 보여야 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온 국민이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을 때는 함께 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