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찬 기자의 영화로운 보험생활] ‘오징어게임’ 상금 456억원의 의미
사망보험금 상대적으로 보험료 비싼 탓에 보통 1억원 내외 보유
드라마 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우리 사회의 구조적 폭력 고발
2021-10-25 박재찬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목숨을 걸고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게임에는 총 456명이 참여하고,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은 1억원씩 불어나 최종 1인에게 456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의 상금 456억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1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 1억원이 불어나기 때문에 참가자 한 명의 가치를 1억원으로 측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한 사람의 목숨을 값으로 평가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금이 이들의 사망보험금이라면 그나마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망보험금 1억원은 익숙한 금액이다. 사망보험금은 생명보험사의 사망보험 또는 손해보험사의 상해보험에 의거해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에 보험수익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계약자의 사망 이후 장례비용 또는 상속의 용도로 사용된다.
사망보험금의 보험료는 다른 담보와 비교해 보험료가 비싼 편이다. 계약자가 유지만 한다면 보험금이 100% 지급되는 담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 최소한의 사망보험금을 가져가기 위해 보통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를 약정한다. 물론 피보험자가 더 많은 사망보험금을 원할 경우 더 많은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재해사망특약을 계약할 경우 피보험자가 갑작스러운 재해로 인한 사망시 추가로 사망보험금을 더 지급한다.
오징어게임의 상금을 참가자들의 사망보험금으로 이해한다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그야말로 30~40대 보통 사람들에게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으면서도, 이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보험료와 보험금인 것이다.
사실 기훈과 일남뿐만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든 참가자들은 한 팀이자 하나의 운명공동체였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면서 이 운명공동체는 깨지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어린 시절 즐겨했던 추억의 놀이는 생사를 건 지독한 서바이벌이 된다. 주최자는 게임과 룰을 정하고, VIP들은 게임을 관람한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구조다.
오징어게임의 지옥 같은 구조보다 현실은 더 지옥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깐부는 사라지고 경쟁과 독식만 남았다. 깐부가 사라진 현실은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됐고 취업난, 주택난 등으로 서민들의 부채는 급증했다. 빈부격차, 불평등, 부채 등은 이 지옥 같은 사회구조를 경직시키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과 언론은 오징어게임의 지나친 폭력성과 잔인함을 지적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구조적 폭력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