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家族(가족)
춘추시대 <관자>에 첫 등장… '한집안 이룬 사람들' 뜻해
2013-08-24
宀(집 면)과 豕(돼지 시)로 이루어진 家(집 가)의 어원과 관련하여 근래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끌었던 주장은 똥돼지설이다. 즉, 家는 집 아래에 돼지가 있는 모양으로 옛날 집 밑에 똥돼지를 기르는 구조의 가옥에서 ‘집’의 뜻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신중국 건립 후 중국과학원 언어연구소장을 역임했던 라상배(羅常培: 1899~1958)는 <언어와 문화>에서 “내가 짐작하기론 중국 상고시대 사람들의 집은 대개 위층에 사람이 거주하고 아래층에 돼지를 길렀을 것이다. 현재 운남 시골마을에는 이런 양식의 집이 아직도 남아있다.”라고 똥돼지설과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그 설은 家자가 나타내는 또 다른 뜻인 ‘전문가’, ‘정통한 사람’ 등을 설명할 길이 없고, 또 돼지 대신 소를 쓴 형태의 牢(우리 뢰)와 함께 검토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또 다른 설은 家의 갑골문에 그려진 돼지는 수컷의 생식기를 그렸다는 수퇘지설이다. 이는 꽤 자극적일 뿐 아니라 “家의 豕는 ‘豭(수퇘지 가)’의 생략형”이라 한 허신의 주장과 맞물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家의 여러 갑골문형을 보면 그 생식기(?) 선이 없는 豕자도 많고 또 豕가 복수로 쓰인 것도 있으며 갑골문에선 짐승의 수컷을 나타내는 글자로 모두 ‘⊥’ 모양이 쓰였던 사실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필자가 보는 家는 집 안의 가족이 다산의 상징인 돼지처럼 증가하는 모양을 표현, 그러한 모양에서 ‘가정, 집안, 가족 → 일가를 이루다 → (어떤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학자’ 등의 뜻을 나타내는 비유적 글자이다.
家에 親族(친족)의 줄임형인 族(무리 족)을 결합한 家族이란 말은 중국 춘추시대의 고서인 <관자(管子)>에 처음 보이며, 혈연과 혼인 관계 등으로 한 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무리 또는 한 집안의 친족을 뜻한다. 부디 이번 추진 중인 이산가족의 재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대만과 중국의 경우처럼 상시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종언어연구소장(www.hanj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