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너지社] SK가스, 청정에너지 '수소사업' 본격화…'2030년 수소충전소 100개 짓겠다'
[편집자주]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안보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이제는 글로벌 화두가 된 '탄소중립' 정책으로 국내 주요 에너지 기업들도 수년전부터 친환경 신사업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정유사들과 석유화학, 배터리 업계에서도 수소, 연료전지, 태양광 등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폐플라스틱의 자원화를 골자로 한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대한 친환경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친환경 신사업을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한단계 도약하려는 에너지 기업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SK가스가 탄소중립 시대에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사업'에 본격 돌입했다. 국내 수소시장은 현재 연간 200만톤 규모에서 2030년 약 500만톤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수소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최적의 지역으로 국내 최대 산업도시인 울산을 꼽고 있으며, 국내 사업자로는 SK가스가 주목받고 있다.
SK가스는 국내 LPG 1위 기업으로, 1985년 설립 이후 LPG 트레이딩·유통이라는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준비해 왔다. 2014년에는 울산에 LPG를 통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SK어드밴스드를 설립했다. 또 울산에 LNG·LPG 복합발전소 사업인 울산 GPS와 LNG 터미널인 KET(코리아에너지터미널)도 건설했다.
SK가스가 진행 중인 사업들은 수소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이다. SK가스의 수소 사업은 이미 초기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사업들이 전국에 분산된 것이 아니라 사업을 위한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되는 울산에 집중돼 있다는 것 또한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 LNG 발전소로 발전용 수요 확보·수소 충전소 통한 수송용 수요 확대
SK가스는 울산에서 2024년 상업발전을 목표로 1.2GW 규모의 LPG·LNG 복합발전소를 짓고 있다. 가스 발전은 기존 가스터빈을 개조하지 않아도 30%(부피 기준)까지 수소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이산화탄소(CO2)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SK가스는 동서발전, 두산중공업과 함께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발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수소 송급자로 참여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또한 SK가스는 수소발전 의무화제도(HPS) 발표에 맞춰 울산 내 부생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SK가스의 본업인 LPG 사업도 수소 사업을 위한 훌륭한 자산으로 활용 가능하다. SK가스는 전국에 약 490여개의 충전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LPG를 유통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LPG 충전소들은 교통량, 진출입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 건설됐다. 시내 요소요소에 위치하고 있으며, 관련법상 안전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반 주유소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 적용으로 LPG 충전소에 수소 충전소를 추가 설치해 복합충전소로 전환하기도 용이해졌다.
SK가스는 LPG 충전소 내 수소 충전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앞으로 수소 충전 기술 및 차량 보급 속도에 맞춰 2030년까지 총 100여개의 수소 충전소 건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5년간 SK가스는 LPG사업을 통해 구축된 운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수소 충전소 사업에 있어서 우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SK가스 최초의 수소·LPG복합충전소인 'SK행복충전 논현충전소'는 지난 2019년 완공돼 3년째 운영 중이다. SK가스는 올해도 대전에 수소·LPG 복합충전소를 건설해 수소·LPG 복합 충전소 운영의 노하우를 쌓아간다는 구상이다.
◇ 부생수소 확보 및 액화수소 생산
부생수소는 주로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 이산화탄소가 적고 경제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울산에 위치한 SK가스의 투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는 연 3만톤 규모의 부생수소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현재 수송용 수소는 기체 수소가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는 액화수소가 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액화 수소의 밀도는 기체 수소보다 약 800배 높다. 대용량 저장·운송이 가능해 현재 유통 비용과 비교해 상당 부분 절감 가능하고, 충전 시간도 기존보다 4분이 1 수준이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송용 수소는 버스나 트럭 같은 대형 상용차 위주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돼, 대용량 유통에 유리하고 충전시간 측면에서 유리한 액화수소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SK가스는 액화 수소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NG터미널에서 파이프로 LNG를 수요처에 공급하기 위해 기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활용해 수소를 액화시킬 경우 약 20~30% 정도의 운영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SK가스는 이 점을 착안해 울산에 건설중인 LNG터미널의 배후부지에 클린에너지컴플렉스(CEC)를 건설해 냉열을 활용한 액화수소 공장, 수소 추출공장 등을 확보할 방침이다.
SK가스 관계자는 "관계사를 통해 확보한 부생수소를 통해 사업의 기틀을 닦고, 경쟁력 있는 가격의 추출 수소와 액화 수소를 가지고 사업을 키운다면 SK가스의 수소 사업은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십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
SK가스는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과 합작사(JV)를 설립, 수소 사업을 공동 진행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사는 JV를 통해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각사가 가진 역량을 동원하기로 했다. SK가스는 JV를 통해 우선적으로 부생수소 기반의 연료전지발전소, 수소 충전소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고, 올 상반기 안에 JV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SK가스는 작년 말 청록수소 생산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 씨제로(C-Zero)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고, 올해 초에는 아랍에미레이트국영석유기업(ADNOC), 한국석유공사(KNOC)와 함께 블루암모니아의 전주기 밸류체인구축을 위한 공동연구협약(JSA)을 체결해 해외 수소 도입에 대한 검토도 시작했다.
SK가스 관계자는 "수소 사업의 성패는 초기 생태계 조성에 달려 있다"며 "이러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가스는 우선 사업의 기반을 갖추고 있는 울산 지역의 파트너들을 확보해 사업을 진행하고, 동시에 전국에 걸쳐 다수의 파트너들과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