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안철수까지...'대선급 재보선' 승패에 정치생명 갈린다
이재명, '민주당 텃밭' 인천 계양을 출마…'토박이' 윤형선과 대결 안철수, '보수의 아성' 경기 분당갑 도전…'대항마' 김병관 출전 새정부 견제론 vs 민주당 심판론…성적 따라 李·安 명암 갈릴 듯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오는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어깨를 견줬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 이어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거물급 인사들이 동시에 출마한 까닭이다. 여기에 현역 의원들의 잇따른 지방선거 출마로 모두 7곳에서 의원을 다시 선출해야 해 대선급 ‘미니 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3주 만에 열리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심이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줄지, 정권 견제에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곳은 모두 7곳이다. 인천 계양을(송영길·서울시장 후보), 경기 성남분당갑(김은혜·경기지사 후보), 대구 수성을(홍준표·대구시장 후보), 강원 원주갑(이광재·강원지사 후보), 충남 보령서천(김태흠·충남지사 후보), 창원 의창(박완수·경남지사 후보), 제주을(오영훈·제주지사 후보)이다.
◇ 이재명 vs 윤형선…계양구민의 선택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 가운데 하나는 이재명 고문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전 민주당 의원은 이곳에서 5선을 지냈다. 또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고문이 52.31%(10만532표)를 득표해 43.52%(8만3638표)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을 8.79%(1만6894표) 포인트 차로 승리하는 등 민주당세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이재명 고문이 보궐선거 선수로 뛸 뿐만 아니라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선거를 지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지역 연고가 있는 경기 성남분당갑 대신 안전한 승리를 택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한 듯 국민의힘은 ‘맞수’로 인천광역시 의사협회장을 지낸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을 지목했다. 애초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는 윤희숙 전 의원을 자객공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기도 했지만, 지역 연고를 가진 윤형선 당협위원장을 통해 이 후보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계양을을 정치 1번지로, 인천을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표밭갈이에 전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무연고 출마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테크노밸리를 성공시켰던 것처럼 계양테크노밸리를 인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윤형선 후보는 '지역 토박이'인 점을 강조하며 지역 민심을 잡고 있다. 실제 그는 25년 동안 계양을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꾸준히 지역 활동을 펼쳐왔다. 두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에 도전하기도 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왔으나 모두 송영길 전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에 윤 후보는 슬로건도 ‘계양만 보고 갑니다’로 정했다. 지역 주요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과 접점도 늘리고 있다. 주요 공약으로는 아라뱃길 워터파크 조성, 교통 혁신, 구도심 도시재생 뉴딜 사업 전개 등을 내걸었다. 아울러 그는 이재명 고문을 향해 “지역에 연고도 없는 사람을 전략공천한 것은 계양구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비판 수위도 높이고 있다.
◇ 성남분당갑서 안철수 vs 김병관…'벤처신화' 주인공들의 맞대결
경기 성남분당갑도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관심지다. 대장동과 백현동 등 대선과정에서 각종 개발 의혹이 불거진 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고문의 ‘정치적인 고향’으로 여겨지고 있어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에 합의,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안철수 전 위원장을 후보로 냈다. 안 후보는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본인이 창업한 ‘안랩’ 사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분당과 연고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역 연고가 없는 인천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고문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안 후보는 박빙의 판세가 예측되는 경기도의 선거 승리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출마 선언에서도 “분당뿐 아니라 성남시와 경기도, 나아가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통해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판교를 실리콘밸리와 경쟁하는 ‘4차산업혁명 과학 특별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분당의 광역 철도망을 비롯한 교통망 확충도 공약에 포함했다.
민주당은 안철수 전 위원장의 대항마로 김병관 전 의원을 내세웠다. 김병관 전 의원은 안철수 전 위원장을 ‘떴다방 정치투기꾼’으로 규정하며 분당과의 연고를 강조, 1기 신도시 재정비 등을 공약했다. 김병관 전 의원이 게임업체 ‘웹젠’의 이사회 의장 출신인 만큼, 이번 선거는 벤처신화 주역 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위기는 김병관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닌 형국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김병관 전 의원이 승리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지난 20여년 동안 각종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승기를 꽂았다. 이번 대선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표가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45.62%를 기록, 50.94%를 기록한 이재명 고문에 5.32%포인트 뒤졌으나, 분당에서는 54.58%를 얻으며 이재명 고문을 12.56%포인트 앞섰다. 전임 국회의원도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는 김은혜 의원이다.
◇ 국민의힘 5곳·민주당 3곳 승리 목표…李·安 정치 생명 걸고 총력
나머지 5개 지역구에서도 여야 후보 간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이인선 국민의힘 후보와 김용락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다. 이인선 후보는 경북도부지사를, 김용락 후보는 수성구을 지역위원장(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이 밖에 강원 원주갑에서는 박정하 국민의힘 후보와 원창묵 민주당 후보가, 충남 보령서천에서는 장동혁 국민의힘 후보와 나소열 민주당 후보가 경쟁한다. 경남 창원의창에서는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김영선 국민의힘 후보와 김지수 창원의창 지역위원장이 맞붙는다. 제주 제주을에서는 변호사 출신인 부상일 국민의힘 후보와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한규 민주당 후보가 대결한다.
현재 국회 의석 수는 민주당이 168석, 국민의힘이 109석이다. 국민의힘은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 심판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경기 성남분당갑을 비롯해 대구 수성을, 충남 보령서천, 경남 창원의창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지역구였던 4곳에 이어 추가로 1곳을 선점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새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재명 고문이 나선 인천 계양을을 비롯해 3곳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고문과 안철수 전 위원장의 정치적 명암도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각 17명의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226명의 기초단체장, 779명의 광역의원, 2천602명의 기초의원 등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