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상장 예비심사 또 탈락...FI과의 풋옵션 분쟁 ‘감정싸움’ 비화
교보생명 “자금 회수 어려워진 FI가 IPO 방해하고 있어” FI “신 회장, 분쟁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무리한 IPO”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재찬 기자] 교보생명이 상장 예비심사에 탈락했다. 한국거래소는 1대 주주 신창재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FI’) 간 경영 분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상장 심사 승인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분쟁과 소송이 이어지면서 교보생명과 FI 사이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감정싸움으로까지 흘러가는 양상이다.
교보생명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FI가 기업공개(IPO)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FI는 신 회장이 풋옵션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무리한 IPO를 추진했고,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선 신 회장의 풋옵션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의 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예비 심사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에 참석한 신 회장은 의견진술을 통해 “주주 간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두 곳의 FI와 중재 소송에서 이겨 상장 규정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다”며 “회사 3분의 2에 가까운 사람들이 상장을 원하고 있고, 상장은 교보생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굉장히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교보생명은 1, 2대 주주 간 경영 분쟁이 심화한 상황이어서 경영이 안정화하기 전까지는 상장 심사를 승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2018년에도 IPO를 추진했으나 FI와의 분쟁이 국제중재로 이어지면서 상장 절차가 중단됐다.
교보생명은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단계에서 미승인 판정을 받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회사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숙원사업인 IPO를 오랜 시간 진정성 있게 준비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FI의 지속적인 방해로 결국 상장이 불발됐고, 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대 주주인 FI는 “신 회장의 위법하고 부당한 다툼으로 인해 장기간 발생한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과 교보생명의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신 회장의 성실한 의무이행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교보생명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인력과 비용을 낭비하고, 다시 한번 시장에 대한 신뢰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국제분쟁과 소송을 거듭하며 교보생명과 FI 사이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감정싸움으로까지 흘러가는 양상이다. 교보생명은 FI가 IPO로는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풋옵션 행사로 IPO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FI는 IPO 이전에 신 회장의 풋옵션 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FI가 풋옵션을 행사하기 이전부터 상장을 준비해왔고 막상 상장이 임박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풋옵션을 행사해 버렸다”며 “FI는 처음부터 교보생명의 IPO를 원하지 않았고, IPO를 통한 자금 회수는 그들의 과욕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FI는 “시장의 예측대로 교보생명이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주주 개인의 분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교보생명은 진정으로 대주주 개인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주주간의 분쟁을 마무리하고 다시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FI는 더 이상 명분 없는 탐욕에 사로잡혀 무용한 법적 분쟁으로 IPO를 방해하지 말고 2대 주주로서 회사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교보생명과 FI의 풋옵션 분쟁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어피너티,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 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FI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내놓은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당시 신 회장은 FI와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 할 경우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시장 악화 등의 이유로 약속한 IPO를 이행하지 못했고, 3년을 지켜본 FI는 결국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리고 풋옵션 가격 평가기관으로 참여한 안진회계법인은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주당 41만원으로 평가했지만, 신 회장은 주당 20만원에도 못미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과 FI는 2019년 3월 ICC 중재를 신청했고, 교보생명은 안진 소속 회계사와 FI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9월 ICC 중재판정부는 ‘FI측이 요구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풋옵션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검찰의 고발에 대해 재판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사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교보생명과 검찰은 항소했고, 어피너티도 ICC 중재판정부에 2차 중재를 신청했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ICC 1차 국제소송→1심 형사소송→2심 형사소송→ICC 2차 국제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