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경남)=데일리한국 오웅근 기자] 영양실조로 쓰러져 119 구급차로 후송된 조선족 독거노인을 죽음의 문턱에서 건져내는 일을 자원한 따뜻한 이웃이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화천동에서 여관업을 운영하는 강정득(63)씨는 지난 6월말 자신의 여관에 장기 투숙해 오던 조선족 독거녀 김인순(62)씨가 영양실조에 의한 저혈압 증세로 119에 실려 입원하자 스스로 보호자가 됐다.
당시 김인순씨는 41kg 체중의 허약한 신체에다 영양실조로 장이 파열된 상태로 화장실 앞 노상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씨는 병원측으로부터 김씨의 몸 상태가 회복불능 상태이고 입원치료비 일체를 책임질 수 있는 보호자가 없이는 입원치료가 불가하다는 전갈을 받았다.
이에 강씨는 의지할 데 없는 김씨의 보호자를 자임하고 치료비 일체를 책임지겠다는 각서와 함께 사업자등록증을 병원 원무과에 제출한 후 김씨를 회복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김인순씨는 조선족 출신으로서 중국 길림성에서 단신으로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건너 와서는 지난 3년 동안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해 모은 돈을 유일한 혈육인 중국의 조카에게 보내주기도 하고 한국에서 알게 된 이웃에게 빌려 줘 사실상 빈털터리 신세였다.
이 같은 사연을 알게 된 강정득씨는 김씨에게 돈을 차용한 사람들을 수소문해 만나서 김씨의 딱한 사정을 전한 후 일부라도 변제해 줄 것을 간청하는 한편 김씨 소유의 금시계를 팔아 간신히 김씨의 입원치료비와 간병비까지 마련했다.
한 달 여 입원치료 후 퇴원한 김씨의 머리카락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성한 백발인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털니까지 어디론가 증발한 상태여서 음식물 섭취도 곤란했을 뿐 아니라 잇몸이 허약해 털니를 끼우는 시술조차 난감한 처지였다.
이에 강씨는 평소 잘 아는 치과를 방문, 상급병원의 진료를 받도록 하고 치료비 일체를 자기 명의의 카드로 분할, 상환토록 조처하는 한편 자기 명의의 휴대폰을 구입해 김씨에게 줘 재활을 돕는 등 보호자 역을 톡톡히 해냈다.
8일 김인순씨는 “남편도 형제가족도 없는 중국을 떠나 한국에서 간병인으로 취업해 사람답게 살아 보려나 했으나 영양실조로 화장실에서 쓰러져119에 실려갔다”며 “회복불능의 몸을 지키고 돌봐 준 강 사장님의 은혜가 가슴에 사무칠 뿐”이라며 일을 잇지 못했다.
한편 김인순씨의 보호자를 자원한 강정득씨는 진해구 태백동새마을부녀회장이자 국민의힘 진해구여성위원회 위원장이다. 강씨는 댜문화심리삼담사이자 원예치료사로도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한편 호산대학교 휴먼사회복지학과 1년에 재학 중인 만학도로서 모두에게 공평한 복지를 꿈꾸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