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과 다르다'…대형마트 치킨 부활에 속 끓는 프랜차이즈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가성비 치킨 출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 "골목상권 죽이기 안 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천소진 기자] 연일 치솟는 물가로 ‘치킨 값 3만원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온 가운데,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맛까지 보장된 만큼 요즘 같은 상황에 사먹기 좋다는 평가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홈플러스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1036% 늘었다. 지난 2~8일에는 ‘당당치킨’ 키워드 검색순위가 전주 17위에서 1위까지 단숨에 올랐고 검색량은 전주보다 487% 올랐다.
당당치킨은 홈플러스가 국내산 8호 냉장계육으로 선뵌 6990원 치킨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당당치킨은 전날까지 32만 마리가 넘게 판매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3만원 가격에 가까워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에 고객들이 더욱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당당치킨을 개발했다”며 “당일생산 당일제조를 원칙으로 신뢰도와 품질은 높이고 푸짐하게 드실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지난달부터 9980원짜리 ‘5분 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산 9호 냉장계육을 사용해 만든 5분 치킨은 에어프라이어 190도에 5분만 돌리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5분 치킨의 출시로 이마트 치킨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26% 올랐다. 치킨 뿐 아니라 다른 델리 상품 매출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면서 이마트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
2012년 ‘통큰치킨’으로 가성비 치킨을 내세웠던 롯데마트는 1.5마리 ‘New 한통가아아득 치킨’(한통치킨)을 반값에 선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17일까지 행사 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통치킨을 44% 할인 판매한다.
한통치킨은 9~11호 계육을 사용해 만들었고, 부위에 상관없이 한 통을 담았다. 한 마리 가격은 10800원으로, 월평균 3만5000개씩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치킨이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하게 판매될 수 있는 이유는 국내산 생닭으로 품질을 놓치지 않았지만,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춰 가성비 좋게 치킨을 먹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 치킨의 인기에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대량 판매로 단가를 낮춘 대형마트는 일반 가맹점들과 경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자재비, 배달비 등을 고려하면 마리당 남는 게 거의 없다. 대형마트 치킨으로 인해 이들이 마치 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들이 치킨으로 가격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닭 매입가는 8호(750~850g) 기준 마리당 4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의 판매가로는 사실상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옛날처럼 대기업(대형마트)과 골목상권 간 치킨 경쟁이 다시 시작된 분위기”라며 “물가가 극단적으로 올랐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때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롯데마트가 2010년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출시했을 당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간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큰 반발에 휩싸였고, 결국 판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당시 통큰치킨으로 일부 소비자를 비롯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대기업의 치킨업 진출로 골목상권이 침해받는다, 대기업의 횡포”라며 강력하게 항의를 했고, 결국 출시가 중단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는 고물가 시대가 찾아오면서 예전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프랜차이즈 치킨 주문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대형마트 치킨을 추천하는 불매운동까지 일기도 했다.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양념, 후라이드 등을 제외하면 각사를 대표하는 메뉴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치킨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변함없이 찾아주실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본사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