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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통채로 떠내려가'...전국 곳곳에 생채기 남긴 힌남노

2022-09-06     이지예 기자
태풍 '힌남노'의 강풍과 폭우 탓에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풀빌라가 물에 떠내려가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전국에 침수·강풍·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포항과 경주, 울산에서는 폭우 속에 2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제주와 남해안에서는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냉장고가 날아갔고 전국에서 8만9180호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 경주·포항 등 최대 447.5mm 폭우…태풍 오늘 밤 일본서 소멸 예상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전 4시 50분쯤 경남 거제시 부근에서 국내에 상륙해 오전 7시 10분쯤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현재 울릉도 북동쪽 약 270km 해상에서 시속 72km로 북동진 중이다. 중심 기압은 975hPa, 중심 최대풍속은 초속 32m(시속 115km)로 오는 7일 자정쯤 일본 삿포로 북서쪽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산간 1천59mm, 경북 경주 447.5mm, 경북 포항 367.5mm, 울산 343.5mm 등이다.
 
◇ 폭우 대피 중 급류 휩쓸리고 토사 매몰돼 2명 사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경주에서는 주택 토사 유입으로 80대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고,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는 오전 7시 58분쯤 도로에서 70대 여성이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한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 남구의 아파트 2곳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간 주민 8명이 실종됐으며 남성 한 명이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이날 새벽 20대 남성이 남천교 아래 하천에 빠져 실종됐다.

이날 새벽 포항 구룡포에 시간당 110.5㎜, 포항 대송에 시간당 104.5㎜의 폭우가 내리면서 도심 곳곳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포항 남구 오천읍의 천변에 자리잡은 한 풀빌라 건물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형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하천·저수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공장에서 불이 나 회사 등이 태풍과 화재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 "냉장고 보트 날아가"...제주·부산 등 남해안 강풍 피해

남해안에는 돌덩이와 냉장고가 바람에 날아가는 등 강풍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에서는 전날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육상에 세워둔 보트가 날아가 안전 조치를 취했고,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서귀포항에서 식당 냉장고가 다리 인근으로 날아간 채 발견됐다.

제주시 아라동, 이도동 등 도로에서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됐으며, 강정항 내 도로 20m가 월파로 인해 파손됐다.

강정항에서는 어선 한 척이 전복되기도 했다.

부산은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침수된 도로에 갇힌 운전자가 구조되는가 하면 비바람에 따른 112신고가 132건 접수됐다.

바다와 가까운 부산 서구 한 도로에는 600m 구간에 걸쳐 월파 피해가 발생했고,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에도 바닷물이 고층 건물 사이 도로까지 덮쳤다.

강풍으로 인해 이날 오전 6시께 부산 기장군에 있는 신고리 1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kW급) 터빈 발전기 가동이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강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이상을 원인으로 추정했고 터빈 발전기 정지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에서도 강풍에 전신주 5주가 쓰러지고 남해에서는 한국전력 남해변전소가 침수돼 소방당국이 안전 조치를 했다.

신안군 흑산면 선착장, 여수 돌산읍과 완도 보길면 방파제 등 어항시설 3곳이 파손됐고 여수에서 부잔교 9개가 부서졌다.

여수, 영광, 완도에서는 소형선박 총 4척의 침수가 발생했다.

◇ 강풍으로 8만9000호 정전...농작물 피해 총 1320㏊

힌남노가 북상 중 작은 태풍을 흡수해 위력이 더 커지면서 강풍으로 인한 정전이 전국에서 속출했다. 

한국전력은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3시까지 부산·울산, 대구, 제주, 광주·전남, 경남 등에서 총 8만9180호(199건)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현재까지 88.5%인 7만8890가구가 복구됐으며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에 따르면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전국에서 2661세대 2463명이 사전 대피했으며 현재 2141세대 2906명이 일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시 대피자는 경남 1621명, 전남 697명, 부산 379명 등으로 숙박시설, 마을회관 등 임시주거시설이나 친척 집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 파손으로 인한 이재민은 서울 2세대 3명이다.

농작물 피해는 경남 477㏊, 전남 411㏊, 제주 280㏊, 경북 115ha 등 총 1320㏊이며 추가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항공기와 열차는 이날 오전 들어 대부분 운항을 재개했으나 여객선은 연안여객선과 국제여객선을 포함해 122개 항로 183척의 운항이 통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