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하웰 3세(Charles Gordon Howell III, 미국) 선수가 홀인원 부상으로 제네시스 G70 차량이 전시된 17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보험사기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백내장 보험사기를 정조준했던 금감원과 경찰이 이번에는 홀인원보험을 정조준했다. 최근 금감원은 경찰에 홀인원보험을 악용한 사기 범죄 조사를 의뢰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희박한 홀인원을 단기간에 여러 차례 성공하거나, 허위의 홀인원 비용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 홀인원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험사기 혐의자 168명(371건)을 확인해 국수본에 통보했다. 이들이 가로챈 금액은 10억원으로 추산된다.
홀인원보험은 아마추어 골퍼가 골프장에서 홀인원에 성공하면 실제 지출한 축하 만찬·증정품 구매·축하 라운드 비용 등을 보전하는 상품이다.
홀인원보험은 최근 골프 인구가 늘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험사는 운전자보험, 상해보험 등에 홀인원보험을 특약으로 판매하고, 카드사는 VIP카드 계약자를 대상으로 홀인원보험에 무료로 가입시키는 식이다.
통상 아마추어 골퍼 기준으로 홀인원을 할 확률은 0.008%(1만2000분의 1)이다. 주 1회 라운딩을 할 경우 홀인원을 한번 하려면 약 57년이 소요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A씨는 6일 만에 홀인원을 2번 성공했다며 보험금을 수령했다. 1차 홀인원 성공 후 5일 뒤 새로운 보험을 가입했는데 다음날 2차 홀인원에 성공했다. 경찰은 홀인원보험을 반복적으로 가입해 단기간에 여러 차례 보험금을 수령한 사기 행각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혐의자들은 실제 골프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음에도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하거나, 타인이 지출한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금을 가로챘다. 홀인원보험에서 보장하는 손해는 홀인원 성공 후 계약자가 실제 지출한 비용 등에 한정된다.
또 취소된 카드 영수증이나 허위의 현금영수증 등을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을 받은 유형도 나타났다. 설계사 B씨를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C씨와 D씨는 각각 홀인원 성공 후 동일한 음식점에서 200만원 이상을 결제한 영수증을 제출했다.
근접한 시간대에 이동이 불가능한 두 지역에서 지출한 비용 등 타인이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수증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약 30분 동안 경기 포천과 강원 속초에서 서로 다른 카드로 결제된 6개의 카드 영수증을 제출한 사례가 적발됐다.
국수본은 금감원이 수사의뢰 한 홀인원 보험사기 사건을 접수·분석 후 각 시도청에서 입건 전 조사(내사)하도록 했다. 국수본은 지난 7월부터 올해 말까지 보험사기 특별단속을 시행 중이다. 홀인원 보험사기 역시 이번 단속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각 관할관서를 중심으로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과 함께 ‘불공정거래 근절’을 언급하며, 보험사기 단속의 칼날을 뽑았다. 금감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함께 다음달 31일까지 4개월간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특별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홀인원 보험사기 기획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에 필요한 사항 등을 사전 협의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허위 비용 청구 등 구체적인 혐의 입증을 위해 금감원과 적극적으로 공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