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바라는 ‘미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초겨울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 중순이 되니 이맘때 타계한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故) 호암 이병철 선생이 생각난다. 그가 격동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면서도 꿋꿋이 견지했던 기업가 정신의 울림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요즈음 더욱 크게 다가온다.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에 위로받을 때도 있다. 그가 1995년에 내뱉은 “정치인은 4류, 관료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던 세상을 향한 책망이 2022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현실은 ‘10·29 참사’로 희생된 158명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시민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놓은 수많은 국화꽃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이제 막 부회장 명패를 치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무엇을 후대에 남겨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부회장에 오른 뒤 10년 동안,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8년 동안, 이미 사업개편과 세대교체 등 내부의 골치 아픈 이슈들을 고민하느라 흰머리가 많아졌을 것 같다. 이제는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과 좀 더 소통했으면 한다.
특히 재벌은 여전히 기득권의 본산이라는 차가운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고 이겨냈으면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소수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민 기업의 수장이 되길 진정 바란다. 그게 곧 나라와 국민이 잘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중시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家)를 롤모델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5대째 경영을 이어가며 스웨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40%나 차지하는 대기업을 일궈냈지만 세계 1000대 부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재단 이익금의 80%를 사회로 환원하는 따스한 경영 철학이 대대로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다. 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이미 많은 오너 3세 경영인들이 탄생했음에도 삼성이 이재용 회장을 ‘회장님’이라고 불러줬을 때에야 비로소 재벌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3세 경영 철학의 모범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나라 재계의 보수적인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
최우선 경영 철칙으로 내세운 승어부(勝於父)를 위해 어떤 의제를 발굴하든 이재용 회장의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와는 다른 미래여야만 한다. 4세 승계는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으니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