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힘든데 실손보험 올해도 인상...왜?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및 보험사기...해결책은 ‘비급여 표준화’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재찬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실손보험료 인상을 두고 신경전이 시작됐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인상 요인으로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및 무분별한 의료쇼핑, 브로커와 연계한 보험사기를 지목하고,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급여 표준화’가 거의 유일한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에 내년 실손보험료에 대한 요율 검증에 들어갔다.
실손보험료 요율 검증은 보험료의 적정 인상률을 가늠하기 위한 절차로, 매년 이를 통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인상률을 결정하고, 보험료 변경 시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만큼 연말까지는 조정이 마무리된다.
실손보험은 1999년 9월부터 판매가 시작돼 가입시기, 자기부담금. 갱신, 만기, 주요보장 내용 등에 따라 1세대·2세대·3세대 실손보험으로 나눠지고, 현재는 4세대 실손보험만 판매되고 있다.
실손보험 적자의 원인은 보장험위가 넓고 고령층이 가입된 1세대, 2세대 상품이다. 지난해 9월까지 각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세대 실손보험이 140.7%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2세대 실손보험 128.6%, 3세대 실손보험 112.1%로 나타났고, 가입자수가 적은 4세대 실손보험 40.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1세대, 2세대 실손보허료가 많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올해 보험료 인상 대상은 1세대 실손보험 2005년과 2008년 각각 3년 갱신으로 가입한 계약자와, 2008년 5년 갱신으로 계약한 소비자다. 또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2010년과 2013년 계약한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 대상이 된다.
실손보험의 적자구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익은 지난해 기준 2조8600억원 적자로 직전년인 2020년 2조5000억원 대비 적자폭이 3600억원 늘어났느데, 이는 손실액이 커졌지 때문이다.
손실액은 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와 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액인 ‘발생손해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납입한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아 보험사의 적자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원인으로 상품 자체의 특성상 가벼운 증상에도 병원을 찾아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하는 점과 전문 브로커가 가담하는 보험사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보험사가 지급한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은 457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급증했고, 지난해 9.0% 수준이었던 지급보험금 비중은 올해 1월 10.9%, 2월 12.5%, 3월 17.4%로 올랐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백내장 수술 관련 특별신고 포상금제도를 실시했고, 그 결과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은 급감했다. 일부 병원의 브로커와 연계된 보험사기 탓이다.
보험업계는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및 무분별한 의료쇼핑, 브로커와 연계한 보험사기가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보고,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급여 표준화’가 거의 유일한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비급여 코드 및 명칭 사용을 의무화하고, 청구가 많거나 시급한 비급여 항목부터 표준화해야 한다고 당국과 의료계에 요청해 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에 애타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보험 소비자의 도덕적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비급여 표준화가 가장 쉬운 방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