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현영 기자]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된 판단을 유예하면서, 양사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선 이번 미국·영국의 결정이 불승인이 아닌 유예인 점에 주목, 사실상 대한항공의 의지만 있으면 무난하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와 관련해 추가조사를 시작했다. 당초 미 법무부는 이달 중순까지 심사를 마무리하고 결과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은 합병 이후 항공사 간의 경쟁 감소 우려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서비스 품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면서 합병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모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하게 될 경우 항공사간 경쟁이 감소해 소비자에 피해가 갈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 하지만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경쟁당국에 경쟁 감소와 관련된 적절한 조건을 제시하면 무난하게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는 대한항공의 의지만 있으면 된다”며 “영국과 미국 등에서 소비자 편익 및 경쟁 감소 우려를 해소하는 조건을 제출하라고 한 만큼, 적절히 대응을 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쟁당국은 항공사 간 경쟁이 충분하게 되고, 가격인상·공급축소 등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면 승인을 내줄 수 밖에 없다”면서 “적법하게 모든 조건을 모두 갖췄음에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의 불승인으로 부결된 경우를 들며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이번 대안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윤 교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 당시 EU는 현대중공업이 LNG선 등을 앞세워 조선 시장을 독점, 타 조선사들이 경쟁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대한항공의 경우에는 경쟁 감소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교수는 “대한항공 측도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면밀하게 파악해 반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국내에서 항상 독점적인 사업자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만큼 해외에서도 이를 인정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미국과 영국이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기업결합 판단 유예는 추가 심사를 통해서 최종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심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승인하겠다는 숨은 뜻이 있다고도 볼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심사에선 대한항공에 몇가지 조항이나 조건부를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양사 합병과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국제선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복노선 총 65개 중 26개 노선, 국내선의 경우 양사 중복노선 총 22개 중 14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향후 10년간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과 운수권(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권리) 일부를 반납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황 교수는 “우리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경쟁당국들의 기준점이 됐다”면서 “사전에 한국에서 솔선수범으로 심사를 엄중히 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경쟁당국과의 협상이 어렵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기업결합 심사는 국내 뿐만 아니라 각각의 나라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대한항공은 물론 산업은행 등 주관기관 등도 전방위적으로 나서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이번 영국과 미국의 유예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을 자신했다.

앞서 대항항공은 지난해 1월 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터키,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았다. 또 태국의 경우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님을 통보받고 절차를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임의 신고국가인 호주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조건없는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특히 호주의 경우 필수신고국가인 미국이나 EU와 비슷하게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했다. 양사 결합 전과 동일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한다는 것.

이에 대한항공은 최근 호주의 기업결합 승인을 경험 삼아 다른 경쟁당국의 허가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이다. 현재 남은 미승인 경쟁당국은 필수신고 국가인 미국, EU, 중국, 일본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 등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 유예결정도 이미 예상하고 대비했던 상황 중에 하나”라면서 “기업결합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