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배포시간까지 정한 금융위...'이쯤 되면 관치 넘어 아예 담합'
금융위, 자동차보험·실손보험 요율 결정...금융당국 지나친 개입 불만 폭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재찬 기자] 내년도 자동차보험 인하률과 실손의료보험 인상률을 정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지난친 개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가 자칫 관치를 넘어 담합으로까지 보일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이 개인용 자동차보험 인하률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놨고, 같은날 손해보험협회는 실손의료보험 인상률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DB손해보험은 다음날인 22일 자동차보험 인하 관련 보도자료를 내놨고, 삼성화재는 보험료는 인하하지만 관련된 자료는 배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25일 책임이 개시되는 계약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의 자동차보험료가 2% 인하되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낮은 메리츠화재의 보험료는 2.5% 인하한된다.
문제는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의 개입이 있었고, 금융당국이 협회를 통해 각 손보사에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보도자료를 순차적으로 언론에 배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협회를 통해 자동차보험료 인하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에 개입하는 것은 매년 반복됐지만, 아예 보도자료 배포를 지시하고 배포시간까지 정해준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료는 각 손보사가 보험연구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참고해 인상, 인하폭을 업계 자율로 결정한다. 하지만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4000만명 이상이 가입해 ‘제 2의 건강보험’으로 알려진 실손보험은 많은 국민들이 가입한 상품인 만큼 보험료 인상·인하와 관련해 매년 연말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줄다리기를 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인상·인하률을 두고 당국과 보험사가 논의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의 인상과 함께 손해율이 개선된 자동차보험은 2% 수준의 인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료를 인상하니, 자동차보험료는 인하하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난색을 표하며 1% 초반 수준의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원했다. 자동차보험은 지난해와 올해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이전 10년동안 적자에 허덕이며 누적 작자 규모만 무려 8조5000억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는 2010년 1조5802억원, 2011년 5902억월, 2012년 5749억원, 2013년 9415억원, 2014년 1조1017억원, 2015년 1조1011억원, 2016년 3418억원, 2018년 7237억원, 2019년 1조6445억원, 2020년 37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은 8조9529억원에 달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험사에 대한 관치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며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개정 자체가 다른 상품인데, 각 상품의 인상·인하에 따라 보험요율을 당국이 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짓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보험료 관여를 넘어 아예 가격을 정하는 하고, 발표까지 지시하는 것은 관치를 넘어 보험료 담합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