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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꽝!’ 사정없이 충돌한 현대 전기차…불 안 붙고 더미도 멀쩡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충돌 안전 평가 현장 공개

2023-01-15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효문 기자] “충돌음이 상당히 큽니다. 귀마개를 꼭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유난스럽다 생각했다. 시속 60㎞면 그리 빠른 속도도 아닌데 귀마개까지 필요할 까 싶었다. 하지만 레일에 끌려온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시속 64㎞의 속도로 구조물과 충돌하는 순간 귀마개를 꼈음에도 몸이 저절로 움추러들 정도로 굉음이 터져나왔다.

운전석쪽 차 정면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고 앞바퀴도 틀어졌다. 하지만 차 문은 손쉽게 열렸고, 에어백에 둘러쌓인 더미(실험용 인체 모험) 상태도 멀쩡했다. 충돌 직후 새어나온 하얀 연기는 기대(?)와 달리 에어백이 팽창되며 나온 화약 잔연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2일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를 의식한 듯 지난해 출시한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충돌 실험에 투입했다. 아이오닉 5는 유로 NCAP 등 해외 신차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으며 안전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평가가 진행된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 준공된 시설로, 4만m²(12,100평) 너비의 시험동과 2900m²의 충돌장을 갖췄다.

실제 차량을 활용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충돌시험장은 100톤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되며, 최고 속도 100㎞/h, 최대 5톤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10여종의 신차를 개발한다. 회사는 신차 개발 과정에서 실제 충돌 시험 및 버추얼 시뮬레이션 등을 포함 차종 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시험을 거친다. 연간 3만회 이상의 시험이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실제 충돌 시험의 경우 개발 단계별로 정면/옵셋(부분 정면),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한다. 여기에 시뮬레이션의 경우 슈퍼 컴퓨터로 회당 15시간 이상의 연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충돌 시험은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충돌 상황을 구현해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막대한 비용도 투입된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차량당 총 100억여원의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이 든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시험 이후의 차량 안전성 검증은 차체와 더미 분석 등의 과정을 거친다. 충돌 직후에는 차량의 속도와 충돌 부위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차체의 변형, 내부의 특이사항, 누유 및 화재 여부, 에어백 및 안전벨트 등 구속 장치 전개 여부, 문열림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분석 검증은 더미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상해 데이터를 계산하고 차체 변형 정도를 계측해 종합적인 차량 안전성을 분석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인체 모형을 27종 170세트 보유하고 있으며, 영유아부터 다양한 체구의 남녀성인을 모사하는 인체 모형을 충돌 시험에 활용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실험에는 운전석에 성인 남성 크기의 더미가 탑승했고, 뒷좌석에는 몸집이 작은 여성용 더미를 태웠다.

최근에는 인체 반응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정면충돌 인체 모형인 쏘오(THOR, Test Device for Human Occupant Restraint)와 측면충돌 인체 모형인 월드SID(Worldwide harmonized Side Impact Dummy)를 중심으로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쏘오 인체 모형의 경우 기존 모델인 하이브리드-Ⅲ 대비 머리, 목, 흉부, 복부, 골반, 하지 등 부위에 센서를 100개 이상 더 추가해 보다 정밀한 상해 계측이 가능하며, 월드SID 모형 역시 기존 유로(Euro)SID 대비 생체와의 유사성을 높이고 센서를 추가해 상해 계측을 더욱 상세하게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충돌 시험 이후 연구원들이 분주히 차 상태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10여분 남짓 시간이 흐른 뒤 나온 결과는 앞서 해외 평가와 다르지 않았다.

운전석 에어백, 측면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이 정상적으로 전개됐고, 전/후석 시트벨트의 프리텐셔너와 로드리미터도 정상 작동했다. 고전압 절연저항 측정결과 모두 정상이었으며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나 화재 또는 연기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차 문도 무리 없이 열려 탑승객 탈출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하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외부 충격에서 탑승객과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차체 강성을 높이고 다양한 구조물을 추가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실제 확인한 충돌 시험 결과도 최근 출시된 신형 전기차가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 제공

백창인 현대자동차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은 “충돌 시험 조건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유형의 99%에 대응하지만,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 중 발생하는 사고 등을 시험으로 재현하고, 제품에 대비하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외 법규 외에 다양한 사고에 대응하는 시험을 진행하는 등 보다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수홍 바디인테그레이션팀 파트장은 “E-GMP 이후 선보일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패키징 레이아웃 개선 등을 통해 파워트레인 거동까지 제어해 충돌 에너지가 급격히 올라간 상황에서도 피해를 줄이는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라고 부연했다.

(왼쪽 두번째부터) 임진학 현대차 안전성능해석팀 팀장, 서정훈 배터리설계2팀 서정훈 팀장, 김범중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팀장, 백창인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 최세경 안전시스템제어설계팀 팀장, 이영호 차체설계2팀 팀장, 엄수홍 바디인테그레이션팀 파트장, 정진상 클로저메커니즘설계팀 팀장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화재사고 발생건수는 내연기관차 4356건, 전기차 37건 등이다. 국내 등록된 차량 기준 화재 발생 비율은 내연기관차 0.018%, 전기차 0.01%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화재가 충돌 후 짧게는 수십초 내에 급격히 번진다는 점, 화재 발생 후 연소가 어렵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서정훈 배터리설계2팀 팀장은 “출돌 외에도 전기차 화재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충전 중이나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하는 케이스도 보고된다”며 “각 메커니즘 별로 설계 대책을 세우고 있다. 진단 측면에서 화재 발생 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거나, 열폭주 방지, 충돌 시 배터리 변형 최소화를 위한 구조 개선,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