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 원인은 '국민의힘‧국민연금?'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KT가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에 빠졌다. 지난 27일 윤경림 대표 후보자가 사퇴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구현모 현 대표, 유희열·김대유 사외이사가 한꺼번에 사임했다. 이들의 퇴장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KT에 분 외부 입김을 결국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KT는 대표이사 부재 상황이 발생하면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KT 정관 및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따른 것이다.
박 대표 대행은 지난 28일 임직원에 보내는 사내 메일을 통해 “회사에 ‘대표이사 유고’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면서 “비상 상황을 조기에 정상 경영 체제로 돌려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KT 대표 선임은 세 번이나 확정됐다가 무산됐다. 그 중심에 대주주인 국민연금(10.13%)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있다. 이들의 인사개입 정황은 뚜렷하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지난해 말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자 기금운용본부장 명의로 선임 절차의 불공정을 지적하거나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역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민간기업의 경영진 선출에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댄 것이다.
국민연금과 국민의힘은 KT가 대표 선임을 하는 과정에 외부 공모 절차가 없었다는 부분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결국 대표 공모 과정에서 여당 출신 전직 국회의원과 보수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유력 인사들이 대거 이력서를 내밀었다. 그럼에도 KT 대표후보 심사위원회는 전문성 없는 외부 인사를 배제하고 전현직 KT 인사로만 면접을 실시해 윤 후보자를 선출했다. 그 결과는 결국 10년 만의 비상경영체제로 나타났다.
사실 이는 예고된 파국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31일 열릴 주총에서도 윤 후보자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 된 상황이었다. 단지 이틀 앞서 벌어진 일뿐이라는 것이 KT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라는 말을 쓰지 말라”면서 “어떻게 민간 기업에 이럴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이제 KT 이사회에는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있는 사외이사들은 한 명도 없다. 반대로 말하면 윤석열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물갈이 됐다는 얘기다. 김대유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유희열 이사는 문재인 정부 대선 캠프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때 제18대 과학기술부 차관을 역임했다. 올해 초 사퇴한 이강철 이사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