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시다 방한 앞두고 尹 성과 띄우고 日 '과거사 사과' 압박
정우택 "조기 답방은 외교성과…日, 협력 의지 표명해야" 유상범 "기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에 준한 발표할듯" 日 교도통신 "기시다, 정상회담서 역사 인식 계승 표명"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성과 띄우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셔틀 외교 복원’ 등을 부각하며 한일관계가 4년 만에 완연히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면서 동시에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저자세 외교'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수세에 몰린 상황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기시다 총리의 방한 소식을 전하면서 “6월쯤 예상됐던 답방 일정을 일본이 서둘러 7일로 앞당긴 것은 최근 한국이 보여준 외교적 성과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 부의장은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고도 미래와 국익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린 윤 대통령 덕에 일본도 한일 관계의 난제를 풀어낼 모멘텀을 얻었다”며 “한국이 국빈 방미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과의 핵 안보동맹을 일본보다 먼저 구축하는 성과까지 내니, 일본은 이제 한미일 협력 관계에서 적극적 행동을 통해 협력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과거사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엔 일본 총리가 용기를 내야 할 때”라면서 “역사에 대한 진정한 한마디, 역대 일본 정부의 인식을 계승한다던 3월 회담 수준을 넘어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서 한일 관계의 새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유상범 수석대변인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성의 있는 호응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한일 관계 진전 결단에 대해 사의 표명을 했는데 사실상 일본 입장에서 보면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을 하라는 암묵적 시그널”이라면서 “적어도 '김대중-오부치' 선언 내용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것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장밋빛 전망을 그리는 것은 최근 일본 내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전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오는 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결정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일본의 '성의'를 기대하는 한국 여론의 반응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도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역대 내각의 사과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으로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뒤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윤 대통령은 ‘위축 국면’에서 돌아설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변제안은 일본 피고기업 대신 한국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한국정부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에 이같은 안을 발표했다. 한일 관계를 정상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결단’이었지만, 일본 측은 피해자들의 사과는 물론 일본 피고기업들의 재단 출연 등에 입을 다물었다.
한일 관계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 때 얼마만큼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가 담긴다면 한일 관계는 본격적으로 해빙기를 맞을 수 있다. 반면 성의 있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일 관계는 다시 한번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그는 첫날인 7일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한·미·일 경제·안보 공조 방안과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비롯한 한·일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는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5년여 만이다. 또한 셔틀 외교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의 방한 이후 11년7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