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파문'에 벼랑 끝 몰린 태영호, '책임론'에 어깨 무거워질 듯
'태영호 부담'에 與 최고위 취소?…김기현 "일정상 불가능했을 뿐" 유승민에 김병민까지 태영호 비판…"당 지도부가 대통령 하수인"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벼랑 끝에 섰다. 각종 설화로 연일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공천 녹취록과 쪼개기 후원금 파문까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태 최고위원은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김기현 대표까지 나서 당 윤리위원회에 공천 녹취록 의혹을 병합해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태 최고위원은 상당한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예정된 최고위원회의 대신 용산에서 진행되는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애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국회에서 최고위를 열어왔으나, 이날은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는 태 최고위원의 후원금 쪼개기 의혹과 대통령실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파문이 불거진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대표회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부터 공개적인 행보를 하고 있고,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이 다 거기에 있어 일정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태 최고위원을 향한 당내 분위기가 냉랭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주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밝히는 등 논란의 소지가 큰 발언을 뱉어왔지만 당내에서는 '탈북민'이라는 태 최고위원의 특수한 처지를 고려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었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태 최고위원의 공천 녹취록 논란이 나오면서 전환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녹취록 내용이) 사실인 것 같다. 국민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며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하수인’ 이렇게 인식돼 있기 때문에 이런 지도부로 총선을 치른다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하고 대통령실, 당에 다 큰 부담을 준 거고 그 책임도 어쨌든 본인 의원실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태 최고위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민주당의 정치 공세, 국민에게 받지 않아도 되는 오해들이 쌓일 수 있게 만들었으니 그 발언, 거짓말의 무게는 매우 참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김성태 당 중앙위원회 의장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태 최고위원에 대한 쓴소리를 뱉었다.
한편 김 대표는 태 최고위원의 공천 녹취록 파문이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논란으로 키우려는 것을 막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윤리위에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에 대한 병합 판단을 요청했다. 당 윤리위는 오는 8일 전에 회의를 소집해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이 있다. 만약 태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1년'이란 중징계를 받을 경우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받기 어렵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