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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올해 '진짜 실력' 나온다'

경계현 DS부문장과 동갑…대학 동문에 행보 비슷 조용하지만 경영 본질에 집중 결단력 갖춰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 속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 달성

2023-06-05     김언한 기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과 종종 비교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삼성에서 이 두 산업의 위상이 워낙 높은데다 두 사람의 행보마저 서로 닮아있어서다. 

최주선 사장과 경계현 사장은 1986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1963년생으로 동갑이다. 최 사장은 전자공학과를, 경 사장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요직인 D램 개발실에서 한때 같이 일하기도 했다. 먼저 몸을 담은 것은 경 사장이다. 그는 2001년부터 2009년 7월까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에서 일했다.

뒤이어 최 사장이 들어왔다.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서 일했던 최 사장은 2004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최 사장은 200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장을 맡은데 이어 2011년 D램개발실장이 됐다.

최 사장이 2006년말 임원으로 승진한 지 2년 뒤인 2008년말 경 사장은 임원으로 승진하게 된다. 뒤이어 최 사장은 2011년 전무 승진, 경 사장은 2013년 전무로 승진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입사 후 D램 분야에 한동안 머물렀지만 경 사장은 2009년 플래시개발실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최 사장이 삼성전자에 들어온 지 5년만이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시기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 사장이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데 이어 최 사장은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본사에서 '진행된 '인텔 이노베이션' 행사에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7인치 슬라이더블 PC용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인텔 이노베이션 라이브 행사 캡처

경 사장은 2021년 12월 삼성전자 DS부문장에 올랐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 비중이 워낙 크고 중요한만큼 경 사장은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이 메모리 뿐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느냐를 두고 시선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경 사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통하고, 그의 생각을 표현해왔다면 최 사장의 경우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최 사장은 그의 성격이나 생각 등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좀 더 본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기업이 낸 성과를 온전히 CEO의 공으로 돌린다면 지난해 최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준 성과는 뚜렷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량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악전고투한 상황에서 낸 성과라 더 주목된다.

경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3분기와 4분기 모두 DS부문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하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낸 후 올해 1분기에는 낸드와 D램 모두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사이클 다운턴(하락 국면) 대응을 두고 삼성전자가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 디스플레이 업황 어려운 올해 대변환 통해 체질 혁신

최 사장은 조용하지만 결단력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적절한 시기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철수한 것이 그의 성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관련 직원들의 전환 배치 작업도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상반기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LCD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엑시트'는 당초 예상보다 늦은 것이었지만 삼성전자의 요청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실적을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하반기 글로벌 IT 수요 회복의 기운이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에까지 미칠 것인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23년 대변환을 목표로 사업 체질을 혁신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가속화한다면 기회의 시기에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최 사장은 올해 1월 진행된 '2023년 시무식'에서 "기술 차별성을 극대화해 위기를 극복하고 진짜 실력을 발휘하는 한 해를 만들자"며 이같이 밝혔다. 최 사장은 올해가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올 하반기 나올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가 삼성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용 OLED 패널의 최대 공급업체다. 중국 BOE가 실기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상당량의 물량을 확보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올해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량은 전작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아이폰14 시리즈는 폭스콘의 중국 장저우 공장 봉쇄 영향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다.

일각에선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구형 아이폰 포함 전체 아이폰에 1억4000만대 정도의 OLED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약 5000만대를 납품할 가능성이 있다. BOE가 기술 문제로 신제품에 재때 패널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이 물량이 삼성디스플레이로 넘어오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 패널 공급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용 OLED에서 LG디스플레이와 BOE의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고객사들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패널 채용을 앞당길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패널을 개발하면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이를 채택하고, 이후 애플과 같은 외부 고객사로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스마트폰용 폴더블 OLED 시장이 예상처럼 급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과제다. 폴더블 OLED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OLED 시장 규모와 비교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당분간 폴더블 모듈라인에 큰 투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의미있는 생산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 사장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출신인만큼 TV용 패널 사업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는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방식과 비교해 여전히 제조원가가 크게 높다.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최 사장이 재선임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현재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올해 그의 어깨가 특히 무거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