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토토 커뮤니티

시 한편 낭송하고 가곡 한곡 부르고...고성현의 ‘황홀한 선물’

시실내악 시리즈Ⅱ ‘왈칵, 당신이 그리운 5월’ 성황 부모님·연인 등 떠오르는 프로그램으로 600명 감동

2023-05-21     민병무 기자
바리톤 고성현과 소프라노 진윤희가 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들려주는 시실내악 콘서트에서 모든 출연자들과 함께 앙코르 ‘어머니 은혜’를 부르고 았다. ⓒ민병무 기자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국민 바리톤 고성현이 세 번 째 파트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고’에서 시를 낭송했다. 정채봉 시인의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다. 누군가를 사무치게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렇게도 평범하고 소박한 단어 몇 개로 표현하는 시인의 능력이 놀랍다. 낮은 저음에 실려 시어 하나하나가 가슴으로 훅 파고든다. 황홀한 울림에 멀미가 날 정도다.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 너를 생각했지 / 풀잎 하나를 보고도 / 너를 생각했지 /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 이 세상에 없어 / 너를 생각하는 것이 / 나의 일생이었지”

그리고는 소프라노 진윤희와 듀엣으로 ‘그 순간’(이경민 시·장민호 곡)을 불렀다. 당신이 내게 온 그 순간, 심장은 멈췄고 세상은 찬란했다며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엔드리스 러브를 펼쳐냈다. 바로 옆에 연인이 앉아 있었다면 슬며시 손을 잡았으리라. 아픔다운 프러포즈송이다.

역시 고성현이다. 그는 리음아트&컴퍼니와 월간리뷰가 주최·주관한 기획공연 ‘시(詩)실내악’ 시리즈Ⅱ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다. 19일 오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은 600석을 거의 채울 정도로 뜨거웠다.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개최한 시리즈Ⅰ에 이은 두 번째 무대다.

포스터와 프로그램북에 적혀있는 메인 타이틀이 눈에 띄었다. ‘왈칵, 당신이 그리운 5월’이다. 정말 5월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달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하늘나라로 떠나신 할아버지·할머니, 학창시절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신 선생님, 소주잔 기울이며 젊은 혈기를 나누던 선배 등 평소에 잊고 있던 소중한 분들을 떠올리게 하는 콘셉트의 공연이다.

그럼 어떻게? 큰 제목 앞에 붙은 ‘고성현의 시와 가곡, 그리고 리음앙상블 연주’라는 작은 제목이 방법을 알려준다. 최고의 노래꾼 고성현이 시를 낭독하고 노래를 부른다. 거기에 더해 환상호흡 빛나는 리음앙상블(바이올린 전진주·바이올린 나윤아·비올라 이기석·첼로 최지호·피아노 김다혜)이 연주까지 해주는 콘서트다. 피아니스트 이경민도 힘을 보탰다.

바리톤 고성현과 소프라노 진윤희가 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들려주는 시실내악 콘서트에서 모든 출연자들과 함께 앙코르 ‘어머니 은혜’를 부르고 았다. ⓒ민병무 기자

‘우리 모두 아이였다’ ‘너를 사랑하고, 때론 사랑하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고’ ‘언젠가 만나게 될 헤어짐’ ‘다시 그리움’ 등 모두 5개의 파트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무대 위 스크린에 적절한 영상과 자막을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기획·연출을 맡은 김종섭과 음악감독 한숙현이 전체 구성을 컨트롤했다.

고성현은 배한봉 시인의 ‘대답이 없다’를 낭송해 울컥하게 만들었다. 네 번째 파트 ‘언젠가 만나게 될 헤어짐’에서다. “아버지, 하고 불렀다 / 대답이 없다 / 대문 여는 소리만 듣고도 / 왔느냐, 하시더니 / 마당에 서서 몇 번 불러도 / 방문 열리지 않는다” 앞 부분만 들어도 뜨거운 것이 목구멍에서 올라온다. 이어 이경민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화우’(매창 시·이원주 곡)을 들려줬다. 떨어지는 배꽃비를 바라보며 그 사람을 생각하는 간절함이 애절하다.

이밖에도 고성현은 솔로곡으로 ‘시소타기’(노영심 시·곡)를, 진윤희와 듀엣으로 ‘꽃밭에서’(어효선 시·권길상 곡)와 ‘마중’(허림 시·윤학준 곡)을 연주했다. 바리톤과소프라노의 케미가 빛났다.

소프라노 진윤희 역시 시 2편을 읊었다. 최문자 시인의 ‘그때부터’와 이정록 시인의 ‘장어’다. 특히 ‘장어’에서는 어버이 사랑이 절절했다. “어머니는 / 눈곱만큼이라도 맘에 들면 / 장허다! 참 장허다! 머릴 쓰다듬었다 / 나는 정말 한 마리 / 힘센 장어가 된 듯했다” 앞으로 장어를 볼 때마다 눈물짓게 만드는 시다.

리음앙상블은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볼콤의 ‘우아한 유령’,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오중주 5번’을 연주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전진주와 피아니스트 김다혜는 드보르자크의 ‘Songs My Mother Taught Me(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를 들려줬다.

앙코르곡으로 ‘어버이날의 노래’로 널리 불리는 ‘어머니 은혜’(양동주 시·이흥렬 곡)를 관객과 함께 합창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