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5일 예술의전당서 생동감 가득 선율 선사
“25년간 꿈꿔왔던 음반 발매 기념해 내한 공연”
2023-08-07 민병무 기자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비킹구르 올라프손은 현대적인 연주와 해석으로 지금 시대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피아니스트다. 그라모폰은 “가장 고유한 세계를 가진 음악가 중 한 명이다”라고 평가했다.
그가 5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1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비킹구르 올라프손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는 올 10월 발매될 음반에 담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해 올라프손이 생각하는 음악의 색깔로 공연장을 가득 물들인다. 유니크하고 예술적인 감성으로, 모든 음반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클래식 음악계 독보적 스타의 내한 소식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올라프손은 어린 시절부터 피아니스트 어머니 밑에서 음악과 피아노를 배우며 재능을 키워나갔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 비해 서양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적게 받은 나라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이슬란드에서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음악을 접하고 해석해가며 독창적인 선율을 그려왔다.
이후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마친 올라프손은 주로 클래식 음악가들의 커리어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콩쿠르 출전으로 정해진 작품을 연주하기 보다는, 본인만이 가진 음악성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음반 작업과 공연, 그리고 방송을 통한 자유로운 음악적 소통에 집중하며 팬층을 쌓아왔다.
그 후 단시간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은 뒤 발매한 앨범 ‘Philip Glass – Piano Works’를 통해 음악적 가능성과 진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올라프손은 소리를 색감으로 느끼는 공감각능력이 뛰어난 색청 피아니스트다. 모든 음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가 느끼는 여러 음의 다양한 색깔들은 그에 손끝에서 조화롭게 섞여 매번 새롭고 선명한 올라프손 고유의 색채가 담긴 음악을 만들어낸다.
모던한 해석, 감각적인 표현, 그리고 깨끗하고 명료한 타건을 자랑하는 올라프손의 예술성은 음반에서 큰 강세를 보여 왔다. 앨범 커버 디자인부터 작품 해석까지 그 무엇 하나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올라프손의 앨범은 필립 글래스, 바흐, 모차르트, 드뷔시와 라모까지 다양한 사조에 속하는 작곡가들의 여러 작품들이 때로는 표현의 재해석으로, 때로는 작품 자체의 재해석으로, 독특하지만 한결 같이 현대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해석이라는 평을 받으며 올라프손의 개성적인 음악세계가 점점 단단하게 구축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올라프손의 음반에서는 그의 영민한 독창성과 기획력을 볼 수 있다. ‘Johann Sebastian Bach’(2018) 음반에서는 작품 수록곡들의 배열을 달리해 그가 생각하는 바흐 작품의 단편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음악적 맥락을 소개하거나, 가장 최근 발매된 ‘From Afar’(2022) 음반에서는 전체 수록곡을 화려하고 명료한 소리의 그랜드 피아노와 부드럽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업라이트 피아노로 녹음해 더블 앨범 구성으로 발매하는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렇듯 많은 음악적 고민들이 녹아 있는 음반을 통해 그는 누적 스트리밍 2억6000회 이상, 2019년에는 BBC 뮤직매거진 어워즈 최우수 악기상·전체 앨범상을 수상했고,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로도 선정됐다. 2023년 올해 역시 오푸스 클래식 어워드에서 올해의 기악 연주자 부문을 포함해 세 가지 부문에 후보로 등록되는 등 계속해서 클래식 음반계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18년 내한 이후, 5년만의 한국 무대에 서는 올라프손의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이 연주된다. 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각 변주가 펼쳐질 때마다, 각각의 드라마와 감정에 사로잡히며, 작품 속 놀라운 작은 소우주에 빠져들어 이를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충만해지게 됩니다”라고 고백했다.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 ‘기존과는 다른 바흐 스페셜리스트’라고도 불리는 올라프손은 바흐의 곡을 연주할 때 특히나 음악적 개성이 극대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바흐 음악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섬세하고 서정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절제된 바흐를 구현해낸다.
올라프손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 음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비르투오조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전까지는 대성당에서 울려 퍼질 법한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으로 생각됐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참나무 그림처럼 여전히 웅장하지만 그 속에 생동감이 가득하고, 음악이 진행되며 느껴지는 경이로움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음악적 산소를 공급받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도 말하며 또 한 번의 새로운 해석을 예고한다.
특히 이 곡은 올라프손의 오는 10월 발매될 음반의 레퍼토리로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올라프손은 “25년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꿈꿔왔다”고 언급할 정도로 큰 애정을 보여 왔다. 이번 음반에 사용된 흑백 사진은 그 자체로 그가 음악에 담고자 한 아이디어의 연장선이며, 시대를 초월한 분위기의 사진들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내재된 빛과 그림자의 인상을 표현한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피아노의 흑건과 백건을 타고 이어지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음악적 명암이 수많은 관객들을 향한 대화와 교감으로, 올라프손식의 귀한 음악적 선물을 선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비킹구르 올라프손 피아노 리사이틀’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12만원, S석 10만원, A석 8만원, B석 6만원, C석 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