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면 죽는다”…보궐선거 승리에도 몸 낮춘 민주당
'승자의 저주' 경계…"민주당이 잘 해서 승리한 것 아냐" 공감대 형성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민주당이 잘 해서 이긴 것은 아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며 고무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포인트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4월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만큼 민주당은 압도적 승리에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동시에 민주당은 본게임인 내년 총선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며 표정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민주당의 보궐선거 승리는 다른 특수 요인 때문이지, 민주당 자체에 대한 국민 전체의 지지도가 높아서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먼저,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12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번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후보를 재공천한 것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후보는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이후 3개월만인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국민의힘은 사면 받은 김 후보를 재공천해 이번 선거에 다시 후보로 내세웠다.
강서구 자체가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라는 특성이 이번 선거 승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강서구 갑‧을‧병 등 3곳의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런 가운데, 선거에서 진 쪽이 내부 혁신에 나서면서 오히려 총선에서 이기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한층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정말 더 낮고 빠르게 민심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만하면 죽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그저께 우리 국민들에게 약사발을 하나 받은 거 아닌가. 그 약사발이 보약 사발인지 독약 사발인지 결정하는 건 국민의힘 자체다”라며 “국민의힘 시간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서 더 겸허하고 낮게 움직이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민주당은 6개월 뒤에 어려운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2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우리 당 분위기는 ‘이번 승리에 혹시나 자만하면 안 된다’, ‘이거는 우리가 잘했다기보다는 국민들이 정권에 대해 심판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축하를 하시면 ‘아유, 좋아요’ 막 이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선거 승리에 자세를 낮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진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지난 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