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는 GLP-1 비만치료제, 국내 제약사도 개발 나섰다
제형변경 시도…대웅·대원 패치형 치료제 개발 추진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성수 기자] “간헐적 단식, 그리고 위고비.”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이어트 비결이라며 올린 트윗이다.
살 빼는 주사로 불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열풍이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고비와 같은 계열 약물인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제형 변경 등 다양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없어서 못 판다”…GLP-1 비만 치료제가 뭐길래
7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글로벌 매출은 올해 3분기 누적(1~9월) 기준 217억2900만 크로네(약 4조12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92% 증가했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하는 펜 형태의 주사제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에 효과를 내면서 용량을 높여 비만치료제로 나왔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GLP-1 유사체’를 주성분으로 사용했다.
GLP-1 유사체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혈당이 올라갈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이다. 식욕을 억제하는 동시에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늦춰 음식물이 장내에 오래 머물도록 해 포만감을 지속시킨다.
현재 출시된 GLP-1 계열의 약으로는 위고비 외에도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있다.
마운자로도 위고비와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운자로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4억900만 달러(1조86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652% 늘었다.
두 제품의 인기는 매일 투여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주 1회 투여만으로도 체중감량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위고비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68주간 고용량으로 주사 맞은 참가자들의 체중이 평균 15% 줄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마운자로도 비만환자에서 22% 가량의 체중 감량 효과를 냈다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수요가 급증하는 두 제품 덕분에 비만치료제 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3300억원에서 올해 10조1200억원으로 1년 사이 134% 증가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10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제약사도 개발 속도…“편의성 높인다”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앞다퉈 관련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투약하기 편한 제형으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웅제약은 GLP-1 유사체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설 것을 전일 공식화했다.
1cm² 초소형 패치를 팔·복부 등에 부착하는 마이크로니들 방식은 주사·경구 등 기존 비만치료제에 비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제형이다.
대웅제약은 팔·복부 등 각질층이 얇은 부위에 1주일에 한 번 붙이는 형태의 치료제로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내년 초 임상 1상을 시작해 2028년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대원제약도 마이크로니들 패치 전문기업 라파스와 손잡고 위고비를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나섰다.
지난 8월,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신청했다.
경구제(먹는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P-1 수용체 작용제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 임상1상을 승인 받았다.
임상개발 등 상용화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향후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타깃으로 하는 경구용 치료제로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중이다. 지난달 GLP-1 계열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임상 3상 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당초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오다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한미약품의 차별화 전략은 한국인의 비만 기준에 최적화된 치료제다. 미국 등 서양에서 제시하는 비만 기준은 BMI 30kg/㎡ 이상으로, 한국인의 비만 기준인 BMI 25kg/㎡ 이상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이 글로벌 대규모 임상을 통해 확인된 만큼 3년 내 국내에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임상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CG)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기전 치료제 DA-1726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승부를 본다.
DA-1726은 전임상에서 위고비 대비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도 우수한 체중 감소 결과를 나타냈다.
현재 임상 1상 IND 신청을 준비중이다. 2030년 미국 시판허가 신청이 목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라인업을 보유한 회사들 뿐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들도 차별화된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로, 높아진 진입 장벽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