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카드사들 '상생금융 시즌2' 움직임에 또 눈치 싸움 치열
은행권 움직이자 2금융도 연이어 대책 마련 연초 동참하지 않던 보험·카드사도 적극 나서 금융당국과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도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쏟아낸 비판의 목소리로 인해 금융권에 다시금 '상생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은 이미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 초 상생금융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던 보험·카드사 등 2금융권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정부의 압박과 적대적인 여론으로 인해 보험료 인하·대출 금리 인하 등 여러 방안을 예고했지만 2금융권 내에선 지속적인 업황 악화에도 그간 사회공헌 사업에 많은 투자를 했던 만큼 지금의 비판이 아쉽다는 의견도 많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업권협회(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여신전문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회장단과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정부와 금융권이 합심해 지원책을 만들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는 등의 강력한 발언을 통해 금융권의 상생금융을 촉구했다. 이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5대 금융지주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구체적인 은행권 상생금융 패키지와 사회공헌 프로그램 내용 등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 간 간담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권에서는 상황이 어렵다곤 하지만 실적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비롯해 금융당국도 강하게 의견을 피력한 만큼 금융권에서도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결국 2금융도 상생금융안 연이어 발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상생금융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거세지자 은행권은 물론 2금융권 역시 향후 미칠 여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선 비판이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을 저격한 것이지만 보험 관련 대출, 카드론 등을 진행하는 2금융사들 역시 비판의 범주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던 보험사들이 그간 상생금융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타 금융권에 비해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연말 상생금융 기조에는 동참하겠다는 여론이 업계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교보생명은 다음 달 초를 목표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교보생명이 준비한 상품은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한 5년 만기 금리연동형 저축보험이다. 구체적인 우대 사항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한화생명·삼성생명은 이미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으며 손해보험사 중엔 삼성화재가 상생금융에 동참했다. 다른 보험사들 역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은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 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은 운전자 의무 가입 상품인 데다 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반영되는 만큼 보험사 입장에선 가장 빠르게 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험사들은 업권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상생금융에 맞춘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기가 어렵다"며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요금 인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조 단위의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던 카드사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추가 지원을 마련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눈치를 보고 있다. 앞서 내놓은 상생금융 방안이 '구색 갖추기'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2차 상생금융'에 동참하지 않으면 결국 비판의 화살이 카드사로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금리 인상 등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생금융 기조가 서민들의 금융 부담 경감에 포인트를 맞춘 만큼 카드론이나 리볼빙 등의 대출 금리를 낮추는 식의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도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연이은 요구에 눈치를 보며 앞다퉈 상생금융안을 만들고는 있지만 내부에선 업황 악화로 고생하는 기업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연이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 일부 금융사들의 경우 매년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사업에 지출하고 있으며 앞서 1차 상생금융안 발표도 있었지만 해당 방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금융권 때리기'에 들어간 것이 가혹하다는 것.
또 올해 초 10조원 규모의 취약층 지원안을 내놨음에도 상생금융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경영 환경 개선이나 규제 완화에는 인색하면서 이익만 나누라는 행태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업권 자체가 ESG 경영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차라리 보험료를 내리라는 요구를 하는 게 방안을 마련하는 입장에선 더 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금융권은 은행권에 비해 경영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상생금융 확대 여파가 이어진다면 수익성 악화 등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