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지 않은 보험금만 12조…고객 통장으로 '간편 이체 플랫폼' 없어 불편
미수령 보험금 소멸시효 존재해 정당한 권리 놓치는 상황 보험사, 일부러 감추는 것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입장 간편한 전문 플랫폼 등 소비자 위한 다양한 노력 있어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지난해 보험에 가입하고도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 보험금이 12조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원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에서 캠페인 등을 통해 미수령 보험금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미수령 보험금에는 소멸시효가 존재해 일부 고객들은 정당한 권리를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미수령 보험금에 대한 안내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고객의 신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찾지 않은 보험금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소멸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들에게 보험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플랫폼 개발 등 구조·편의성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수령 보험금은 총 12조3600억원에 달했다. 계약 건수로는 539만건에 육박했다. 지난 2021년 말 미수령 보험금(12조3431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한 규모다. 업권별로 생명보험사 11조8226억원(477만건), 손해보험사 5347억원(62만건) 규모였다.
유형별로 보면 생명보험사는 △중도보험금 8조8915억원(218만7585건) △만기보험금 2조3484억원(33만5668건) △휴면보험금 5827억원(225만869건)이었다. 중도보험금은 보험계약 기간 중 특정 시기에 피보험자가 생존해 있는 등 조건을 만족하면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건강진단자금이나 축하금, 자녀교육자금, 생활자금, 여행자금 등이 해당된다. 손해보험사는 만기보험금이 3188억원(9만1145건), 휴면보험금 1744억원(50만952건), 중도보험금 414억원(2만6253건)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누적 미수령 보험금이 가장 많은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2조원)이었다. 이어 △흥국생명(1조8000억원) △한화생명 (1조7000억원) △동양생명(1조6000억원) △신한라이프(1조2462억원) △교보생명(8809억원) △KDB생명(8274억원) 순이었다. 손해보험사에서는 △삼성화재(901억원) △DB손해보험(806억원) △롯데손해보험(664억원) △NH농협손해보험(636억원) △KB손해보험(615억원) △현대해상(40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한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기존 계약을 새롭게 갱신하는 과정에서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최대한 안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보험금 소멸에 결국 소비자만 피해
매년 미수령 보험금이 늘고 있지만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으면서 해당 보험금은 소멸되고 있다. 상법 제662조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과 보험료 또는 적립금의 반환청구권은 3년, 보험료청구권은 2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업계에선 보험사들이 소멸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수령 보험금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지급받지 못할 수 있고 지급되는 이자 또한 공시이율에 비해 적어서 미수령할 경우 보험사에게만 이득이다"라며 "보험소비자에게는 불리한 구조다"라고 꼬집었다.
일부 시민단체 역시 미수령 보험금에 대한 보험사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금융 소외계층 등 소비자가 직접 미수령 보험금을 알기는 어렵다"며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안내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각 보험협회에서는 이러한 미수령 보험금을 찾을 수 있는 홈페이지 안내와 함께 관련 캠페인 역시 매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내보험찾아줌' 홈페이지에 접속해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치면 받지 못했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효과는 크지 않다. 미수령 보험금 규모는 2017년 2017년 8조48억원에서 지난해 12조3573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 보험사, 굳이 미수령 만들 필요 없다…억울해
보험사들은 일각에서 제기된 미수령 보험금 지급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굳이 쌓아 둘 이유가 없다는 것. 보험사 관계자는 "미수령 보험금을 고객에게 문자나 우편 등으로 안내하는 데도 돈이 들고 이자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에게 줘야 하는 보험금은 보험사 부채로 적립된다"며 "미수령 보험금을 쌓아 둬도 그 돈을 쓸 수 없고 회계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미수령 보험금은 고객이 요청하는 즉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기도 어렵다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문제와 함께 비판적인 여론까지 더해지면서 보험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미수령 보험금을 해결하려 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예금이나 증권보다 계약 기간이 긴 보험상품 특성상 이를 잊고 지내는 고객도 많고 연금보험은 계약 기간 동안 고객의 계좌번호가 변경되거나 해당 계좌가 비활성화된 경우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 과거 고금리 보험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기도 한다.
다만 업계에선 조금 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고 설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단한 플랫폼을 개발해 홍보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험금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전자기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