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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역효과' 급감하는 카드모집인…5년 만에 반토막

카드모집인 1만2000명에서 6000명으로 비대면 금융 활성화 등 대면 영업 감소 '불완전판매' 이유로 적정선 유지 필요

2023-11-14     최동수 기자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카드사 대면 영업의 핵심 인력인 카드모집인의 입지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몇 년간 감소세가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6000명대로 주저앉았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카드 발급이 자리를 잡았고 카드사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모집인 감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면 영업 감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인원 감축에 금융당국도 중단됐던 신용카드 모집인 시험을 부활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업계에선 인원을 무작정 늘리기보단 이들의 전문성을 끌어올려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된다고 지적한다. 또 일부 모집인들 역시 카드 발급 약관이 보험 약관만큼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어 모집인을 더 줄이면 '불완전판매'가 성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총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6535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143명이 줄었다.

카드모집인 수는 매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연도별 카드 모집인 수는 △2018년 말 1만2607명 △2019년 말 1만1382명 △2020년 말 9217명 △2022년 말 7678명이다. 이같은 속도라면 내년에는 5000명대로 떨어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앞서 카드모집인은 카드사 핵심 영업 인력으로 자리 잡으며 1999년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과 함께 몸집을 키웠다. 카드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상품에 대한 이해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카드모집인은 10만명에 육박할 만큼 자리를 잡았고 대형마트·백화점·지하철 등 다양한 곳에서 카드모집인을 볼 수 있었다. 급여 역시 인센티브제를 시행해 높은 연봉의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면 영업을 꺼리는 MZ세대로 소비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모바일·홈페이지 등을 통한 카드 발급이 자리를 잡았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자 카드모집인들도 자리를 점차 잃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혜택을 가진 신용카드를 자유롭게 발급받고 있다"며 "모바일이나 홈페이지에서 약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보니 카드모집인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고릴라가 진행한 설문조사. 사진=카드고릴라.

◇ 세대교체·캐시백 등 다양한 이유로 급감

업계에선 카드모집인이 급격히 줄고 있는 이유에 대해 △주요 고객 세대교체 △비대면 활성화 △캐시백 △카드사의 방관 등을 꼽았다. 

소비의 주축이자 카드사의 주요 고객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이 뜸해지고 MZ세대로 신용카드 주요 고객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도 카드모집인 쇠퇴에 영향을 줬다.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8월 진행한 '첫 신용카드를 만들었던 나이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128명 중 2027명이 20대(만 19~29세)였다고 응답했다. 참여 인원의 64.8%가 20대에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것이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여려 제도나 서비스의 변화로 카드 발급 수요가 있는 소비자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카드사 홈페이지, 빅테크 앱 등을 통한 가입도 크게 늘었다. 더불어 이러한 빅테크 플랫폼에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하면 10만원에서 20만원대의 현금이나 포인트를 제공해 주면서 카드 발급 트렌드가 모바일 앱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카드모집인이 줄어들면 카드사 대면 영업이 그만큼 위축된다는 의미지만 카드사들은 모집인 감소가 시대적 흐름이라며 오히려 이런 현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면 영업의 비중을 줄이고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카드모집인은 카드 회원을 유치할 때마다 카드사로부터 10만~20만원 수준의 수당을 받는다. 또 카드사들이 모집인 관리를 위해 점포 운영에 투입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1인당 들어가는 비용은 약 40만원에 달한다. 대내외적 경제 리스크와 업황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선 모집인 수 감소는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모집인을 늘릴 만한 명분이 없다.

실제 카드모집인이 1만명대였던 2019년 6월 말 기준 카드업계의 모집 비용은 4735억원이었으나 올해 6월에는 4442억원으로 6.2% 감소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모집이 줄었지만 카드 회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결국 카드모집인을 유지하는 게 회사 입장에선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조용히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있어 적정선의 모집인 필요

다만 일각에선 카드 발급 약관이 보험 약관만큼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어 카드모집인이 줄면 보험설계사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패턴에 맞는 카드를 찾고 올바르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집인의 역할을 제고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도 카드모집인 수가 너무 줄어들면 카드사들의 향후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모집인은 카드 발급은 물론 사후관리와 카드를 통한 대출상품 권유·상품소개 등 교차판매 역할도 한다"며 "카드모집인 감소는 단기적으론 카드사 입장에서 호재일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론 시장점유율 확대에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카드모집인들 역시 적정선의 카드모집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드모집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드모집인을 그만두려 한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카드모집인은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카드 1장 만들기 어려운 상황", "카드모집인보단 보험설계사가 더 각광받는 직업"이라는 등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에 여신금융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20년 2월 이후 무기한 연기했던 카드모집인 시험을 4년 만에 부활시켰다. 전문성을 끌어올려 역량을 강화할 심산이다. 모집인 등록 시험은 내년 1월 중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