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방식 vs 신탁방식’…서울 재건축 사업지 셈법 복잡
삼풍아파트‧목동7단지, 사업 추진방식 놓고 소유주 ‘이견’ 막대한 수수료‧신탁사 운영 미숙 등은 신탁방식 활성화 저해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하수 기자] 서울 재건축 초기 단지 곳곳에서 사업 추진 방식을 놓고 주민들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신탁방식으로 추진하자는 의견과 조합방식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1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을 둘러싸고 주민단체 두 곳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갈등을 겪고 있다.
‘삼풍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8월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과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들은 투표에 참여한 소유주 99%의 찬성표를 획득해 양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주민단체인 ‘삼풍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해당 투표에 응한 이들은 소유주의 8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며 신탁방식에 반대하고 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재건축 대장주로 평가 받는 목동7단지도 사업 방식을 둘러싼 주민들 간 이견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목동7단지 정비사업추진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목동7단지 재건축사업을 신탁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는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재준위는 “사업방식 결정에 관한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고 소유주들과 논의해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부 소유주들이) 7단지 소유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깜깜이로 코람코와 예비신탁사 계약을 맺은 데 대해 소유주들이 공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방식은 토지·주택 등 소유자들이 조합을 꾸려 자금조달부터 △시공사선정 △인허가 △분양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시행하는 반면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토지·주택 등 소유자를 대신해 사업을 진행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대신해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탁사 자체 자금 또는 신용을 활용해 초기 자금 조달에도 유리하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대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신탁사들의 미숙한 사업 운영 방식이 논란이 되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이다.
최근 서울시는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의 위법 사항을 발견하고 영등포구청에 시정조치를 내렸다. KB부동산신탁이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시켰단 이유다.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한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도 신탁 방식과 관련한 잡음으로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이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한국자산신탁이 소유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대우건설과 공사도급 가계약을 진행한 것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정비업계에서는 그간 신탁 방식을 통해 성공한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판단하기도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사가 일반 조합원들에 비해 전문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 신탁을 통한 정비사업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험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높은 수수료나 중도 해지가 쉽지 않다는 점도 조합원들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이 불확실하거나 지지부진할 경우 아무래도 전문성이 높은 신탁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사업성이 높거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신탁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조합 추진이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