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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한은…'물가안정 확신 때까지 긴축'

금통위원 전원 '동결' 만장일치..."대외여건 불확실" 물가안정·가계부채·경기둔화·부동산 PF 복합요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2% 수렴 내년 말~2025년 초"

2023-11-30     손희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손희연 기자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손희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 2·4·5·7·8·10월에 이은 7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현재 금리를 인상하기도 인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동결을 택했다. 물가 안정은 물론 가계부채 증가를 누르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내 경기둔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까지 커지고 있어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기가 어렵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 금통위원 '동결' 만장일치..."가계부채 추이, 대외여건 불확실" 

한은은 30일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일치였다”고 말했다.

지난 2·4·5·7·8·10월에 이은 7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p) 올린 이후 10차례에 걸쳐 3%포인트 빠르게 인상하다가 올해 2월부터 금리인상을 멈췄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 물가안정·가계부채·경기둔화·부동산 PF 복합적 고려

사진=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3.8%를 기록하면서 한은 목표 수준(2.0%)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2%를 기록한 후 지난 7월 2.3%까지 둔화했지만 지난 8월 3.4%로 상승하면서 10월까지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근원물가상승률은 10월 3.2%로 나타났다.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물가는 수요압력 약화,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압력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져 내년 상반기 중 3% 내외를 나타내겠으며, 연간으로는 올해 3.6%, 내년 2.6%로(8월 전망치 3.5%, 2.4%) 전망된다"며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으며 올해와 내년 상승률은 각각 3.5%, 2.3%로(8월 전망치 3.4%·2.1%) 예상,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이다. 지난 10월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차주의 이자부담은 약 3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금융협회(IIF)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1위에 올랐다. GDP 규모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억제 방안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정책을 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한두 달만 보지 말고 이번 정부가 끝날 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판단해주면 좋겠다. 속도 조절하며 천천히 줄이는 게 좋고, GDP 대비 비율을 지켜보자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 둔화도 장기화되고 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8월과 같은 1.4%로 유지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1(2020년=100)로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2020년 4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한은 금통위는 "향후 국내 경제는 수출 회복세 지속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으나 성장경로 상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 영향,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 등 불확실성이 높다"고 봤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했지만 부동산PF 부실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사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대 초반에서 올해 6월 4%까지 급등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6월 말 기준 28조4000억원으로 연체율은 17.28%에 달한다.

이 총재는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그로 인한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부동산 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직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작은 기관, 건설사 등이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대주단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노력하고 있으니 큰 문제 없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준에서 가장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인사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음을 시사했다. 윌러 이사는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 연설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이 미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대로 되돌리는데 적절하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지금 당장 금리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인플레이션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에 따른 유가 불안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한은 금통위는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됐지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근원물가는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상당폭 약세를 나타냈다"며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유가 움직임·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파급효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양상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물가안정 첫 번째 목표...소비자물가 2% 수렴 내년 말~2025년 초 예상"

한은은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 첫 번째 목표"라며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렸지만 기준금리를 올릴지 현 수준을 오래 가져갈지는 여러 요인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통화긴축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 부문과 지역에 대해 미시적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