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 잔액 6조 이상…자산건전성 위협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 커지자 진화 나서
부실채권 정리 속도 붙으며 정상화 노력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이 6조원을 넘어가면서 자산 건전성까지 위협받고 있다.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한 가운데 최근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지만 건전성 개선과 관련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다닌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올 것이란 위기감까지 고조되면서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이고 있지만 여·수신업이 주 수익원인 저축은행에게 대출 영업 축소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규제 완화 등 금융당국의 협조와 자기자본비율 유지 등 저축은행 자체 노력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총 6조133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60.5%(2조3111억원) 이상 증가했으며 2018년 상반기 말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2조807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3조3255억원이 불어났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8275억원) △SBI저축은행(6299억원) △웰컴저축은행(4034억원) △페퍼저축은행(3525억) △애큐온저축은행(3089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2937억원) △상상인저축은행(2879억원) △OSB저축은행(1955억원) △다올저축은행(1583억원) △JT친애저축은행(1504억원) 순이었다.

부실 대출이라고도 일컫는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 중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말로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의 보유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사의 여신은 5개의 단계로 건전성이 평가되는데 이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세 개의 여신 합계액이 고정이하여신이다.

여신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연체율도 대부분의 저축은행 모두 올랐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평균 연체율은 6.13%로 전년 같은 시점(2.86%) 대비 3.27%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타 금융권에 비해 여수신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이자 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연체율도 올랐다"며 "수신 안정화에 따른 지속적인 이자 비용 감소를 기반으로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저축은행 위기설 확산…"크게 우려할 수준 아냐"

주요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과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저축은행 위기설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 연말까지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비한 자본 적정성 확보가 중요해졌다.

또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저축은행은 은행과의 예금 금리 경쟁과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으로 적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악화가 대손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단기간 내에 수익성이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최근 불어난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에 불을 댕겼고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면서 금리 경쟁에서도 은행권에 밀렸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일각에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1년 금융위원회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미달된 저축은행 7곳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며 시작된 저축은행 사태는 수많은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안겼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들은 더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으며 이에 맞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부실에 대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 펀드 만들고 부실채권 정리하며 정상화 노력

'제2의 저축은행 사태'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내년에도 저축은행 업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의 80% 이상을 내부유보(이익잉여금 7조6000억원)하고 지속적인 증자(약 2조원) 등으로 자기자본은 15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상생금융 차원에서 사잇돌, 햇살론 등 서민금융 정책상품 공급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선제적 리스크 대응과 저축은행 업권의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지난 9월 26일 저축은행중앙회와 BNK·IBK·KB·NH·OK·신한·우리금융·웰컴·하나·한국투자 등 저축은행 10개사가 투자자로 참여해 총 33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하고 지난 10월에는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지원을 위한 펀드'를 출시하는 등 PF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나섰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웰컴·OSB·JT친애저축은행 등 19개사가 1257억원 규모의 개인 무담보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나서면서 부실 대출 줄이기에 속도를 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는 5일 계약 체결이 이뤄진다"며 "실제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계약 체결 시 정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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