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젊은 기업인들 실력 입증할까…그룹 승계 시험대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최근 주요 그룹은 오너 일가의 3·4세들을 경영 일선에 일제히 배치했다. 차기 총수로서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시험대에 올린 모양새다. 핏줄을 넘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각자에 맡겨진 과제에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오너가의 3·4세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다. 두 사람은 1980년대생 CEO의 선두주자 격으로 여겨진다.
1983년생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은 지난 2022년 9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핵심 계열사인 한화의 전략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도 그의 직함이다. 김승연 회장은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점찍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인수를 김 부회장에게 맡기기도 했다.
그간에는 방산을 중심으로 경영 능력을 펼쳤다면 앞으로는 한화오션이 김 부회장의 중차대한 과제다.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오션이 한화 간판을 달고 사실상 조선업에 뛰어든 첫해나 다름없는 올해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친환경 선박 등의 분야에서 사업 확장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경영능력 입증의 관건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화오션 인수 후 첫 실적 발표에서 2020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흑자를 찍은 만큼 일단 전망은 긍정적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역시 재계의 차세대 주자로 불린다. 1982년생으로 지난해 11월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AS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를 출범시켜 매출 2000억원대 사업을 5배 이상 키워낸 바 있다.
HD현대가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할 과제가 정 부회장 앞에 놓여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은 승진 속도가 빠른 만큼 올해 대외적으로 경영 능력을 스스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1984년생인 이 부회장은 2022년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지주사 ㈜코오롱의 전략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이 지난 2018년 일선에서 물러나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향후 그룹의 미래 사업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온전히 이 부회장의 몫으로 남았다.
부회장까지는 아니지만 그룹에서 보다 입지를 강화한 오너가 3세들도 있다. SK의 최윤정 부사장과 롯데의 신유열 전무다.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조부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애정을 갖고 키운 회사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1989년생인 최 본부장은 지난달 7일 불과 30대 중반의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는 신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담당하며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는 조직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는 올해 광폭 행보가 예상된다. 신 회장은 외부 노출이 거의 없었던 신 전무를 최근 주요 출장 일정에 동행시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부터 그룹 사장단 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주로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의 지주사에서 일하게 된 그는 그룹의 장기적인 비전을 담은 경영 전략 수립에 주로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이끌기 위해 경영자로서 인정을 받는 과정이 더욱 필요해졌다”면서 “회장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면 승계의 당위성과 정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