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왼쪽) 한화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승연(왼쪽) 한화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이 승천한다. 재계에서도 청룡의 해를 맞아 용띠 CEO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꿈틀댄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 회장은 기업인들 가운데 용띠 맏형 격에 해당한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은 한화 경영에 뛰어든 지 어느덧 43년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1981년 부친인 고(故)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타계해 29세의 나이로 경영권을 쥐었던 청년은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김 회장의 경영 승부수로는 인수합병(M&A)이 꼽힌다. 김 회장의 탁월한 안목은 어김없이 한화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취임 이듬해 적자에 허덕이던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 대상으로 선택한 김 회장은 품에 안은 지 1년 만에 이들을 흑자로 전환 시키는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11분기 연속 적자라는 긴 부진의 터널에 갇혀있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출범 첫 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세우는 저력을 보였다.

1964년생 중에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단숨에 SK그룹의 ‘2인자’로 부상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주목할 만하다. 최 의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다. SK디스커버리를 이끌며 바이오와 화학 등에 집중해온 그는 반도체, 배터리 등 그룹의 주요 사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나타내자 최태원 SK 회장의 부름을 받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최 의장은 화학, 가스, 바이오가 주력인 SK디스커버리의 사업을 친환경 소재,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주력 사업과 신사업 간 시너지 관리에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최 의장이 향후 그룹에서 맡을 역할도 SK의 시스템 정상화와 사업 조율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1964년생들은 최 의장 외에도 산업계 주축이라 할 만큼 경영권을 쥐고 종횡무진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2022년 취임한 구자은 LS 회장은 그룹의 눈부신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구 회장의 취임 첫 해 LS는 매출 36조3451억원, 영업이익 1조198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지주사 ㈜LS의 실적 추정치가 매출 25조179억원, 영업이익 9761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각각 43%, 74% 증가한 수치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재 확보‧육성을 강조하며 또 한 번의 실적 신기록을 노리고 있다.

‘정의선의 남자’로 부상한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역시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장 사장 진두지휘 아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11조6524억원)만으로 2022년의 연간 실적(9조8198억원)을 넘어섰다.

이외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입사한 이후 줄곧 승강기 영업 부문에서 근무하며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업체로 성장시킨 ‘영업통’ 조재천 대표와 삼성에서 오너를 제외한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승진하며 ‘유리천장’을 깬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도 글로벌 복합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이 기대되는 용띠 CEO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