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불출마' 김웅, 與 작심 비판… '지금의 국민의힘 민주 정당 아냐'
장제원 이어 與 현역의원 두 번째 불출마 선언 "체포동의안 포기, 원칙·보수주의 정신 위배" 이준석 신당 가능성 차단 "고향 바꿀 일 없어"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김웅(서울 송파갑) 국민의힘 의원이 오는 4월 치러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의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 묻는다면 제 답은 '그렇지 않다'이기 때문에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난달 12일 장제원 의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김 의원은 "저는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에 동참할 수 없다. 그것은 법률가로서 원칙과 보수주의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며 "공천권 때문에 헌법상 제도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데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힘이 가야 할 곳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이라며 "그것이 보수주의 정당의 책무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다. 운동권 전체주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이제 제가 가진 마지막 카드를 던진다"며 "우리 당이 바로 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성원해주셨던 송파 주민 여러분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이 부당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현역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있다. 회기 전 체포·구금됐더라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될 수 있다.
앞서 김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6월 이같은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서약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등 특권을 내려놔야 공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종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취지였으나, 김 의원은 헌법상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내려놓아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김 의원은 "고작 이재명 대표 잡겠다고 헌법상 제도를 그렇게 우습게 여기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공천권을 가지고 헌법상 기관인 의원과 정당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그 시도에 대해서 국회의원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이 총선 불출마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난여름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이다. 해병대는 이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지난해 11월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에서 해임했다.
김 의원은 "수사단장에게 가해졌던 그 행태들 때부터 과연 제가 생각하는 정치를 할 수 있나 생각했다"며 "수도권에 사는 중산층 이상의 서민들에게 우리 당이 현실적인 도움을 못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념적으로 봤을 때는 홍범도 장군을 느닷없이 역사에서 끌어내려서 마치 과거에 무슨 잘못이나 한 사람처럼 취급을 하는 것 자체는 상당히 우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을 차단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내에서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지만, 국민의힘을 '정치적 고향'이라고 밝밝히며 "(정치를)안 하면 안 했지 고향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을 고쳐보려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결국 불출마 선언이었다"면서 "두 거대 정당이 이제는 반성해야 한다. 국민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에 대해 응원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2020년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새로운보수당에 입장했다. 이후 그는 같은해 치러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송파갑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그동안 당내 주요 현안과 관련해 친윤(親尹)이나 주류 의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