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연회비 수익 1조2000억...일반고객 내팽개친 '고급화 전략' 눈총
악재 겹치며 수익성 악화되자 고급화 전략 프리미엄 카드 통해 연체율·고정수익 기대 일반 혜택 줄고 카드 단종되어 민원 급증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고금리 기조에 수수료 인하, 핀테크와의 경쟁까지 겹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카드사들이 고급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연회비로 벌어들인 수익이 1조2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량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프리미엄 카드 마케팅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그간 혜택을 이용하던 고객들은 결국 우량고객만 챙기는 마케팅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민원 역시 50% 이상 늘며 바뀐 카드사의 경영 전략을 향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BC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9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689억원) 늘었다. 누적 3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지난해 수치가 금융통계가 작성된 2018년 말 이후 최근 4년 내 역대 최대치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연회비 수익이 21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카드 2094억원 △신한카드 1849억원 △국민카드 1332억원 △롯데카드 1010억원 △우리카드 768억원 △하나카드 599억원 △BC카드 37억원 순이다.
최근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9894억원에서 2020년 1조685억원으로 연간 1조원을 돌파한 뒤 1조1347억원(2021년)과 1조2259억원(2022년)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역시 아직 집계되지 않은 4분기 연회비를 모두 합치면 1조2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까지 1조원에 육박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연회비 역시 상승 추세를 유지했다"며 "프리미엄 카드가 점점 늘면서 연회비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수익성 악화로 연회비 잡기 돌입
연회비 수익이 매년 늘어나는 배경엔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 매번 낮아지는 가맹점 수수료율과 고금리 기조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결국 매년 증가하고 있는 연회비 수익 잡기에 나섰다.
또 가입 요건이 까다롭고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해 우량 고객 잡기에 집중하면서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얻고 일반 신용카드보다 높은 수익성과 낮은 연체율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프리미엄 카드 수요도 모든 연령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주로 프리미엄 카드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MZ세대도 프리미엄 카드를 찾고 있다"며 "그에 맞는 혜택 변경도 카드사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카드사 전략은 지난해 실적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플랫폼인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 59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연회비는 8만3453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출시된 76종의 신용카드 평균 연회비(3만8171원) 대비 119% 증가한 수치다.
이중 연회비 10만원 이상의 신규 카드는 2022년 7종에서 지난해 상반기 10종으로 늘었으며 연회비 가격대는 연 10만~50만원에서 20만~80만원대로 더 높아졌다.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비싸더라도 그만큼 특별한 혜택을 받고자 하는 우량고객들의 수요가 있는 만큼 당분간 프리미엄 카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카드가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투체어스' 카드는 연회비가 무려 250만원이다. 우리은행 고액 자산가 특화 서비스인 투체어스 가입자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블랙·골드 회원만 발급받을 수 있는 등 조건도 까다롭다.
신한카드도 지난 9월 싱가포르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회비 25만원의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했으며 KB국민카드도 올해 초 프리미엄 브랜드 '헤리티지' 카드 3종을 내놨다. 헤리티지 카드 중 최상위 등급 연회비는 200만원, 차상위 상품은 80만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내는 연회비보다 혜택이 더 좋다 보니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며 "카드사도 장기 회원 확보에도 유리하고 해지율도 낮은 프리미엄 카드 마케팅에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 고급화 전략에 소비자 민원·피해 늘어
다만 일각에선 카드사가 고급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카드사가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다양한 혜택이 담긴 알짜 카드를 무더기 단종시키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8개 카드사들이 단종시킨 카드는 신용카드 247개, 체크카드가 37개로 총 282개다. 이는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규모다. 관련 민원 역시 총 2368건으로 직전 분기(1562건) 대비 51.6%(806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고급화 전략이 추후 부실 위험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카드사들의 균형적인 수익 창출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이 점차 사라지고 프리미엄 카드만 남으면 연회비 자체마저 부담이 돼 카드를 해지하고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며 "이는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